지난달,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던 중 “야, 우리 집 막내야, 귀엽지?”라며 보여준 사진 한 장. 결혼한 친구라 그새 아이를 낳았나 싶어 봤더니,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는 푸들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사람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식구인 애완동물. 이제는 뱀, 거북이, 앵무새 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봤다. 최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삼둥이가 방문해 화제가 되었던 일산 주렁주렁 애니멀파크. 새에 둘러싸인 채 환하게 웃던 이호정 매니저님을 만났다. (영화 나홀로집에 나오는 비둘기 할머니의 모습과는 달랐다)


 
에디터 확성기 정지훈
편집   엘리  이윤진
포토그래퍼  올챙이 김지우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해. 
15년째 동물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호정 매니저야. 


20대인데, 도대체 몇 살 때부터 한 거야?
12살 때부터 동물병원에서 일했어. 


부모님께서 동물병원 하셔? 
아니, 3개월간 일할 수 있는 동물병원을 찾아 다녔어.


매니저님~ 대돤해~~(음성지원 야노 시호), 그 열정 아직 남아있어?
그 열정의 연장선을 주렁주렁에서 펼치고 있지. 

 


15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동물과는 어떻게 친해지게 됐어?
어릴 적 부터 동물 소유욕이 강했어. 내 주머니 속에서는 항상 다양한 곤충들이 있었어. 
매일 놀이터에서 곤충을 채집하며 놀았거든. 개미, 달팽이, 심지어 잠자리까지 수 십 마리의 곤충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선사했다는 기쁨과 집에 곤충을 풀었다는 이유로 쏟아지는 어머니의 꾸중을 동시에 즐기며 살았지. 


그 당시면 인형을 더 좋아해야 할 때 아니야?
동화책이 아닌 곤충 대백과사전을 끌어안고 살았어. 겉표지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정독했으니, 오타쿠의 새싹과도 같은 존재였지. 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는 놀이터가 아닌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옮겼어. 나름 단계 코스를 밟아간 셈이야. 


곤충에서 동물로 분야를 옮겨간 셈이네. 
그때부터 학교 앞의 병아리, 햄스터, 토끼, 거북이들을 내 소유로 만들었어. 하지만 나의 용돈으로는 소유하기 힘든 동물을 발견했지. 바로 강아지야. 엄마에게 SOS를 외쳤지만, “초등학교 2학년 되면 사줄게”, “시험 100점 맞으면 사줄게”라며 한 방향만으로 충족되는 협상이 오갔어. 어린 나이에 겪은 엄마의 배신에 ‘내가 직접 일궈내리라’는 독기를 품었어. 그리고 3개월간 동네에 있는 동물병원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구걸했지. 그렇게 12살의 아르바이트 생활이 시작 된거야.


정말 악바리다, 동물 병원에서는 무슨 일을 한 거야?
당시 휴대폰보다 우편이 발달 된 시절이었어. 동물병원에 방문접수 안내를 수기로 작성하는 일을 했지. 그렇게 편지당 50원씩 3달을 일해 결국 강아지를 분양했어. 그때의 열정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던 거 같아. 


강아지를 분양하고 아르바이트는 그만뒀어?
아니. 
왜? 분양하겠다라는 목적은 달성했잖아?
키우는데 비용이 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거든…
그럼 언제까지 일한 거야?
학창시절을 오로지 학교와 동물병원으로 보냈다고 생각하면 돼. 


 


잠깐 외도기가 있다고 들었어. 
대학입시 때 수의학과를 선택했어. 선택은 자유롭지만, 실행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 어릴 적부터 일만 했지 학업은 등한시했거든. 학교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거지. 그때 내가 이때까지 뭘 한 걸까? 하며 일에 대한 회의감이 오더라고. 


(20살에 일에 대한 회의감이 오는 느낌은 어떨까요?)
하긴, 12살부터 일했으면 8년을 한 거니까. 그래서 어떤 일로 바람을 핀거야?

동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들을 했어. 그런데 8년의 습관이 무섭긴 무섭더라고. 롯데마트에서 아이스크림 판매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건물 1층에 수족관이 있었어. 점심시간마다 들렸지. 수족관 직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야. 


인어공주라 생각했을 수도? (미안해) 그럼 얼마나 외도를 한 거야?
6개월 정도? 그 후, 바로 애완동물학과로 선택해 학교에 입학했어.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애완동물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싶어서 동물생명공학과로 편입까지 하면서 학업을 마쳤어. 그렇게 전문지식을 쌓은 후 주렁주렁의 매니저가 되었지. 


사육사가 아닌 매니저를 하게 된 이유는?
동물을 너무 사랑하거든.
왜 동문서답을 하고… 
난 한번 동물에 빠지면 공과 사를 구분하기가 어려워. 동물 병원에서도 사명감에 불타 과잉 간호를 하다가 혼난 적이 많아. 
왠지 상상이 간다. 사람들이 와도 동물만 쳐다보고 있을 거 같은…
한 발짝 뒤에서 전체적인 케어를 담당하는 게 나한테 잘 맞는 거 같아. 



주렁주렁 애니멀 파크는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야.”


사람과의 교감도 어려운데,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과의 교감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어?
많아. 그래서 정말 소통하고 싶어. 동물병원에서 아픈 동물을 볼 때는 그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어.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오다, 2009년 SBS 동물농장에 나온 '동물과 교감하는 하이디'라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봤어. 충격 그 자체였지. 그녀는 동물과의 소통으로 어디가 아픈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어. 그 방송을 보고 당장 그녀가 쓴 <동물과 말하는 여자>라는 책을 샀어. 그리고 6개월간 당시 키우던 강아지와 매일 트레이닝을 했지. 


여기서 성공했다고 하면 이번 인터뷰 초 대박 터질 거야. 어서 말해 성공했다고!!! 
그럼 내가 동물농장에 나왔겠지? 정말 노력을 했는데 안되더라고. 아직도 그 능력을 갈망하고 있긴 해. 그래도 10여 년의 병원 생활 덕분에 동물들의 자세나 행동 그리고 얼굴로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어. 
(인터뷰 후, 정말로 뱀의 눈만 보고 컨디션을 파악하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그날 일은 그날에 마치자는 주의야. 업무가 남아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을 내는 편이지.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가장 힘들어. 반대로 나에게 달려드는 아이들을 보면 힘들고 지쳤던 순간이 잊혀질만큼 행복해. 


달려들면 무섭지 않아? 
아니야, 얼마나 귀여운데. 
달려오는 게 아니라 날아오는 애들도 있잖아. 
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이라, 팔에 정확하게 앉아.
그래? 신기하겠다. 
인터뷰 끝나고 직접 체험해봐 (이날 에디터의 팔에는 총 20마리의 새들이 앉았다가 떠났다.)


 


앞으로 어떤 동물매니저가 되고 싶어?
포부를 가지고 사는 편이 아니야. 지금 삶에 재미를 느끼고 충족하고 있어. 그것이 나에게는 꿈을 이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내가 특별한 이유 없이 동물과 친해졌던 것처럼 말이지. 


현재 나를 가장 뜨겁게 하는 것은?
인터뷰가 진행 중인 이곳 ‘애니멀테마파트 주렁주렁’이야. 열심히 일하고 난 뒤 정리한 업무를 봤을 때 생기는 성취감이 정말 좋아. 머리가 터질 거 같을 때면, 내가 좋아하는 동물을 보면서 힐링을 받을 수 있으니까. 이게 바로 사는 맛 아니겠어?  



오피스N 독자 분들께 한 말씀
저에게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입니다. 주렁주렁을 입사하게 된 계기 역시 면접에서 만났던 매니저 님이에요. 열정이 가득한 그 모습에서 마치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도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직장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저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지셨다면 주렁주렁에 지원을 해주시길^^ 




끝난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