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서만) 소문난 웹툰 덕후. 한동안은 네이버 웹툰 중 보는 웹툰이 안보는 웹툰보다 많았던 때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당연히 더 많이 좋아라하고 챙겨보던 웹툰이 있다. 바로 '닥터프로스트'라는 웹툰. 언젠가 이거 그린 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했는데, 진짜 만났다! 평범한 듯 안 평범한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 가까이 하고 싶은 그런 남자. 뇌를 만져보고 싶은 남자. 그의 섹시한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에디터 단향 윤혜원
포토그래퍼  단향 윤혜원



지니어스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웹툰작가 이종범입니다.

 
 

내가 티비를 잘 안 보는데.. 내가 본 부분이..하필.. 힘들었지?
문철마삼? 스스로를 희화하며 놀고 있지. 그런걸로 놀 수 없으면 방송에 나갈 수가 없지.
그리고 그게 나쁜것도 아닌데 뭐. 열심히 해보려고 한건데. 덕분에 숲들숲들에 비견되는 신조어를 만들었지. 영광이지.
 
 
난 마음이 아팠는데..
게임인데 뭐..
 
ⓒ 더지니어스사에 길이 남을 문철마삼..문철마삼..문철마삼..


그럼 빠르게 만화 이야기를 해보자. 데뷔는 어떻게 했지?
음악잡지에서 돈 대신 공연티켓을 받아가며 연재도 해보고, 영업하듯이 육개월쯤 원고도 계속 보냈지. 그러다가 연재하게 된 게 투자의 여왕이지. 데뷔작이라 귀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지.
 
 
그 때가 몇살?
29살. 웹툰 세대에서 늦은 편이긴 하지. 그래도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지. 가스통에 가스를 채우는 시기였다로 할까?
 
 
왠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거 같다. 그럼 만화가가 된 계기는?
8살 때 만화책 따라 그리는 데 친구들이 좋아하더라. 그래서 철없이 만화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대부분의 꿈이 그렇듯 사소하게 시작되었지.
 
 
사실 그렇게 가진 어렸을 때의 꿈을 계속 가지고 가는 사람이 얼마 없잖아.
동기가 계속 진화를 했지. 사소하게 가진 꿈이라고 해도 매력을 찾으면 진짜 꿈이 되는 거지.
나는 10대 시절 만화책에 감동도 하고 덕분에 삶도 많이 바뀌었어.
멋진 작품에 감동을 하다 보니 이런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이를 더 먹고서는 만화라는 매체, 예술형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생각하면서 더욱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
 

ⓒ 생각과는 다르게 순박하게 생겼다. 옆집 총각같은 느낌이다. 김치나눔 하고싶다.

 
하다보니 더욱 매력에 빠진건가?
연애할 때 ‘내가 왜 이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나’하고 고민을 하게 되는 것처럼,
‘내가 왜 이 작품에 그렇게 빠져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어.
그 이유가 궁금해서 만화에 대해 더 공부를 해보고, 덕분에 나름대로 느끼는 바가 많이 생겼지.
만화가 다른 매체, 영화나 소설에 비해 어떤 점이 장점이구나 혹은 무엇이 아쉽구나 하고 말이야.
그러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살리는 데 만화가 잘 어울리겠구나 생각을 했지.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꿈꿨는데, 독특하게 심리학과를 갔네?
웹툰 쪽에는 만화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
나도 만화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가 무엇일까 많이 고민을 했고 심리학과에 갔지.
 
 
만화가는 그림을 공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만화를 공부할 때 매체학이나 미디어학에도 관심을 가졌어.
그러다보니 만화라는 것이 ‘이미지매체’라기보다는 ‘이미지를 매개로 하는 서사매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야기가 연재되고 책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오호 그래서 글을 좀 더 탄탄히 하기로 했구나?
물론 만화에서 글이냐 그림이냐는 참 힘든 이야기야. 왼손, 오른손 같은 느낌.
오른손잡이라고 해도, 왼손을 안 쓸 수 없잖아. 어떤 것을 더 쓰느냐의 문제이지.
작가마다 다르지만, 나와 같은 경우는 글이 주로 쓰는 손인거지.
그래서 그림은 혼자 열심히 그리되, 글을 쓰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가에 대해 공부한거지.
 
 
그럼 그림은 독학?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들보다 잘 그린다고는 생각은 안 하지만, 노력해서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아. 평생 그리다 보면 언젠간 많이 늘겠지.
 


ⓒ 역시 작가님은 펜을 들었을 때가 가장 멋있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충분한데.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꿈을 이룬거지?
그건 아닌 것 같아. 이루면 사라질 수 있는 것을 꿈꾸고 싶지는 않아.
‘만화가’라는 한 지점이 아니라 어떠한 상태가 되는 것이 꿈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만화를 숨쉬듯이 그릴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꿈이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지. 만화가가 된 것은 출발선에 선 것이고.
 
 
만화를 하려는 꿈을 한 번도 놓지 않았던건가?
약간 멀어진 적은 있었지. 10대부터 꿈꾸던 만화에 대해서 조금 지쳤었어.
특히 만화를 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했던 여러 활동 중 음악이 너무 재미있는 거야.
그래서 20대에는 만화를 하지 않고, 음악만 했어.
 
 
음악은 어땠는데?
음악은 진짜 너무 좋아했어. 만화를 할 때는 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음악을 할 때는 재능이 있다라고 생각했어. 뭘 해도 빨리 배우고 이해했거든. 직업도 그 쪽으로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고.
 
 
근데 왜 음악을 안 했어? 
음악을 할 때는 듣는 사람이 만족을 하든 말든 내가 관심이 없더라. 내가 즐거운거지. 그런데 직업이라는 것은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내가 좋아하는 것은 취미지.
만화는 그러지 않았거든. 이 사람이 ‘이걸 보면 좋아하겠구나’ 하는 걸 신경 썼어. 보는 사람이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만족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래서 직업으로는 이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다시 만화를 준비하게 되었지.
 
 
요즘은 음악은 안 해?
음악은 혼자서 하고 있지. 행사가 있으면 공연을 해보고 하는 건 있지.
 
 
그럼 음악에 대한 만화도 생각이 있나?
죽기 전에 하려고. 지금 그리면 아까울 것 같아서.
 



 
조금 더 준비해서 하고 싶구나.
어쨌든 다시 꿈을 찾아가고 있는 건데, 꿈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꿈을 찾아가는 건 개인의 문제라서 내가 이야기해주는 게 필요할까 싶긴한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긴하거든. 생각보다 꿈에 속아넘어가기가 쉽더라.
오랫동안 하나를 하고 있으면, 더 좋은 것이 나타났을 때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것 같아. 스스로를 속이는 거지.
한 가지로 오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을 경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는 경험의 폭이 너무 좁잖아. 더 자기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 등장할 확률이 높아.
더 행복할 것 같은게 생기면 자신을 속이지 않고, 꿈을 갈아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해.
 
 
만화가로 뿌듯했던 경험이?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닿았다고 느꼈을 때.
독자들이 ‘이 만화를 보기 전과 후에 일상이 바뀐 것 같다’라고 이야기할 때 제일 뿌듯하지. 내가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도 변화가 없었을 테니까.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살 에피소드를 그렸을 때,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이 생각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어. 그 때 정말 작가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어.
 
 
진짜 뿌듯했겠다. 그럼 제일 힘든 것은?
하나마나 한 그림을 그렸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적이 있어.
 

ⓒ 안 읽은 사람 있으면 당장 네이버웹툰 결제 ㄱㄱ
 
 
아하. 그럼 상실감이 크겠다. 
이제 이종범의 대표작이자, 전공을 살린 작품 닥터프로스트에 대해서 좀 물어보자. 
닥터프로스트에서 가장 좋아했던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가 나오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

아까 이야기한 자살문제를 다룬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는가.’ 수능이 끝나고 자살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야. 사실 그런 이야기에 너무 화가 났어. 안타깝고. ‘내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지.
두 번째는 ‘타인의 욕망’. 우리나라의 10대들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라는 걸 느꼈거든. 위로를 해주고 싶었어. 그러고보니 시즌 1,2의 마지막 에피소드들이네. 제일 고생도 많이 해서인지 기억이 많이 남네.
 
 
왜? 고생이 많았어?
끝을 잘 맺는게 가장 어렵잖아. 연애도 그렇둣. 잘 이별하는 것이 힘들지. 보통 그게 잘 안되니까 너덜너덜해지는 거고. 고백을 잘 못하면 아예 만나지 못하겠지. 그럼 조금 아프고 말겠지만, 이별은 잘 못하면 너무 오래가잖아. 에피소드 역시 그래. 끝을 잘 못하면 내가 다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지. 여기까지 따라와 준 독자들에게 무슨 짓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끝까지 잘 해내려고 노력하지.
 
 
그렇구나.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데, 요즘 직장인에 대한 콘텐츠들이 이슈잖아. 그만큼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힘들다는 걸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어. 만약 열정을 잃고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프로스트’라면 어떻게 조언했을까?
“하지말라”고 했겠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없는 프로스트니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왜 하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거면, 분명 이유가 있는데도 못 찾고 있는 거겠지. 그게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가족들의 눈치이든 죄책감이든 돈이 필요해서든. 그럼 그 이유가 왜 중요한지 물어 볼거야. 가족들에게 백수로 보이면 안 된다는 게 왜 중요한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 하는 게 왜 중요한지 물어보겠지. 그 이유를 찾아서 해결을 해야지.
 
 
멋있네?
나 말고, 프로스트라면.
 
ⓒ 닥터프로스트 예고편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범인은 바로 너야!"

 
그러고보니 닥터프로스트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던데
 원작자로서 어떤 느낌이야?
그리 잘난 것 같지 않은 내 아들이 갑자기 아이돌로 데뷔를 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면 벙지게 되는 아빠의 마음이 이러지 않을까?
 
 
기대는 안돼?
기대는 내가 바라는 상을 만들어두고, 거기에 맞는지 아닌지 따져보게 되는 것이잖아.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기대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답정너같잖아.
 
 
오호. 그럼 기대는 나의 몫인걸로. 상담 해주는 라디오디제이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상파는 끝났고, 팟캐스트로 하고 있지. DJ도 정말 하고 싶던 일이라,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
상담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야. 요즘 사람들은 그저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
 
 
그럼 기억에 남는 사연은?
“라디오 하지 말고 만화나 빨리 그려라. 다음 내용이 보고 싶다.”


정말? 그래서 뭐라고 했어?
“남이사. 내 삶에 이래라 저래라 마세요”라고 했어.(웃음)
 
 
기억에 남겠다. 10년 뒤에는 어떤 걸 꿈꿔?
모르겠는데?
내가 43살이 될 거고. 목표하던 몇 개의 지점을 지났겠지. 목표하는 지점들이 많이 있는데.
원하는 작품을 하나쯤 했을까? 만족스러운 작품을?
 
 
나는 많은 작품들을 보고싶어.
그럼 프로스트를 빨리 끝내야겠네.
 
 
안돼. 프로스트를 보낼 수 없어.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겨준다면? 
드라마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만화와 많이 다른 점이 있다고 해도, 드라마 자체로 봐주며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