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훈내가 진동한다. 킁킁. 나의 훈남 레이더망에 포착된 훈내는 누구의 것인가. 바로 이 사람. 오피스N의 이상한 언니 자갸님의 팬심을 자극하는 동네 오빠였다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심장을 바운스바운스하게 했던 그. 오매불망 기다리던 서방님을 기다렸던 아낙네가 버선발로 뛰어가 남편을 맞이하듯, 홍대에서 용인까지 뛰어가 맞이한 인터뷰이. 황송하옵니다. 서울약대를 졸업해 녹십자에 다니며, 주말에는 뮤지컬 동호회의 멋진 연출과 배우를 겸하고 있다는 그! 이러니 반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 이 인터뷰에는 오피스N의 이상한 언니 자갸님의 첨언과 그녀만의 포토그래퍼 정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취재/기사 작성 단향 윤혜원
포토그래퍼+이상한말 자갸 지성은
 


안녕하세요, 현재를 사는 서정환입니다.
 
 
현재를 산다라니?
많은 사람들이 미래, 노후 준비를 위해서 현재를 포기하고 사는 거 같아.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서.
물론 나도 적금도 들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래도 1%만이라도 더 현재를 살고 싶어.
 
 
오호. 그래서 즐거운 일들을 더 열심히 찾아다니나봐. 녹십자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회사 이야기를 좀 해줘. 
녹십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제약회사로, 백신과 혈액분획제제 등의 의약품을 개발해.
독감백신이나, 수두백신 등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 번쯤은 녹십자의 백신접종을 받았을 거야.
 
 
자갸 : 근데 적십자랑 녹십자랑 뭐가 달라?
이 질문 너무 많이 들었어. 적십자는 전 세계에 있는 봉사단체야. 자선사업을 하는 곳이고.
녹십자는 이익을 추구하는 제약 회사야.
 
 
오? 녹십자라는 이름 자체도 초록초록해서 봉사단체 느낌이었는 데 아니었구나. 거기서 어떤 일들을 해?
연구소에서 백신생산 공정 개발에 참여하고 있어.
 

ⓒ 서정환님의 팬미팅 현장. 오랜만에 마음 속 스타를 만난 자갸는 막말을 했다고 한다.


약학과 출신이라 들었어. 그것도 서울대. 약학과에 간 이유가 뭐였어?
뭘 꼭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은 없었고. 
다만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이 정말 좋아서 연극영화과 지원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 있었어.
물론 혼자서 한 고민이고, 살짝 의사를 내비췄을 땐 집안의 큰 반대를 받았어.
아무래도 예술활동으로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두려움이 컸었기 때문에 나도 쉽게 포기했었지.
 

하긴 전교 1등이 연극영화과 간다고 하면 막겠지.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범대를 가려고 했어.
그런데 다들 의대에 진학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의대에 가자!' 했는데 수능을 망쳤지.
 
 
허.. 수능을 망쳐서 서울대 약대..
(자갸 : 아냐. 아픈 역사가 있어. 재수했어.)
 
 
아, 나름 아픈 역사가 있구나. 
재수를 하면서 참 재미있었어.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
거제도에 살다가 연고지가 없는 부산으로 가서 고시원에서 살았지.
처음엔 참 외로웠는데, 그런데 한 달 지나니까 여기저기 다 친해져서 재미있게 지냈지. 그 때 연애도 좀 하고.
 
 
그래서 의대를 못갔..구…
아니. 그건 아니었어. 의대 다니는 형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힘들다는 데, 난 왜 의대에 가고싶지?’라고 생각을 해보니 별로 안가보고 싶더라.
물론 사람을 살려내는 일에 대한 로망은 있었지만, 내가 진짜로 이루고 싶은 꿈은 아니었거든.
'그럼 무엇이 있을까?'했더니 약학이 있더라고. 실용적인 과목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도움이 될 거 같고.
 

 
ⓒ '배우님이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메뉴판을 구경 중.

 
아하. 녹십자에서 전공을 살리고 있어?
사실 전공과 하는 일에서 겹치는 부분이 크게 높지는 않아.
다만 내 일에 기초가 되는 생명공학 및 대학원에서의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어.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맡게 되면 좋겠어.
 
 
회사 자랑을 해본다면?
우선 국내 제약사들이 대부분 제너릭(카피약)에 많은 비중을 두는데,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그 영역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녹십자의 특징이지.
외국에 수출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독자적인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야.
 
 
회사에서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
연구소다보니 사소하더라도 실험 중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알아낼 때 뿌듯하지.
또 우리 연구소의 다른 팀에서 만든 약의 이름 공모했는데 상을 탔지. 뉴라펙이라는.


ⓒ 사진에서 자갸님만의 포토그래퍼 정신이 느껴진다.
 

그게 뭐야?

암환자 치료시에 나타나는 뉴트로페니아(호중구 감소증)라는 면역세포가 감소되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야
전문적인 내용이라 설명하면 별로 재미없을 텐데.. ?

 
자갸 : 그래도 한 번 말해줘봐. 
#$^@#$%!@$^$%*&^(*&$$&^%(*$) (못..알아들었다.)
 
(단향's tip. 녹음한 인터뷰 파일을 몇 번 들어보니.. 바이오시밀러는 일반적 의약품과 달리 단백질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건 생물의약품이라서 다른 카피약처럼 제조법이 있다해도 완전히 똑같이 만들 수는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카피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름을 공모해야 했고, 거기서 상을 탔대요. 제가 이해 한 건 이겁니다.)
 

그..그만.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거봐. 어쨌든 정말 소정의 상품을 받았지. 뿌듯했어.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긴한데,
약사로 활동할 때 환자분들이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친절하다는 말을 해줄 때가 제일 뿌듯했던 것 같아.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면 신이 나서 더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짧은 시간이지만 웃으며 대화할 수 있어서 좋더라.
웃지 않던 사람들이 나와 이야기하고 웃고 가면 그게 참 행복하지.
 

약국에서도 일했었어?
한 8개월 정도.
 
 


업무 이야기도 신기한 데, 취미생활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공부면 공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뮤지컬을 한다던데?
춤은 정말 재능이 없어..
연기랑 노래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연극 동호회를 했었고,
노래 동호회 등에도 참여하다가 뮤지컬 동호회를 시작하게 되었지.
 
 
뮤지컬에 퐁당 빠진건가?
무대를 좋아하기도 하고,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라 정말 빠르게 빠져들었어.
 
 
뮤지컬의 매력이라면?

음악과 함께 전해져 오는 감동의 전달.
공연장에서의 들릴 노래, 음악들에 하나의 큰 이야기가 묻어있다는 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좋은 극을 좋은 음악과 함께 본다고 생각할 수 있고. 
 
 
뮤지컬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어? 
뮤지컬을 알게 된 건 얼마 안 되었어. 이걸 시작하기 전에 뮤지컬을 두 번인가 봤지. 오페라의 유령과 조로.
 

ⓒ 내가 만났던 건 훈남 오빠인데.. 여긴.. 뉴하프(덕내풍김)가 있네
 

그런데 무작정 뛰어들었네?
독특한 기억이 있는데 회사에서 세 달에 한 번쯤 강연을 열어. 한 강사가 꿈을 찾으라는 강의을 하더라고.
평소와는 다르게 무작정 강사에게 사인을 받으러 갔는데, 강사가 물어보더라고 ‘서정환씨는 꿈이 뭐에요?’

 
그래서 뭐라고 답했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났어. 그러다 문득 “뮤지컬 배우 해보고싶어요”라고 말을 했어. 정말 갑자기.
그런데 그렇게 한 달 뒤에 깔쌈의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시작하게 되었어. 별 거 아닐 수 있는데, 참 신기했지.
 
 
깔쌈? 동호회 소개 좀 해볼까?
동호회 깔쌈은 온라인의 큰 동호회의 작은 팀이었다고 해. 그러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준비한 공연을 만들기로 했지.
나는 인원 충원을 위해 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고, 2번째 공연부터 참여했어.
 
 
2번째 공연부터? 지금은 몇 회째야?
이제 벌써 5번째 공연을 준비 중.
 
 
꽤 오랫동안 참여했네!
이미 4번의 공연을 거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
다들 개성이 뚜렷하지만, 공통된 관심사 하나만으로 마음이 참 잘 맞아서 좋아.
 

 
 ⓒ 여긴 그래도 다시 멋진 오빠야:)


동호회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있어?
공연 중 조명이 꺼져서 모두가 멘붕에 빠졌는데, 말빨이 좋은 형이 그 상황을 관객들과 함께 하는 토크쇼로 만들었어.
10분간 조명이 수리되기까지 정말 굉장한 시간이었어.
 
 
그 말빨 배우고싶다. 다른 에피소드도 있어?
동호회 가입할 때, 단체카톡방에서 옛날에 사귀었던 사람을 만난거야. 그 친구는 스탭을 하고 싶다고 들어왔었지.
 
 
어떻게 했어?
그 아이가 시간이 안 된다며 나갔어. 세상이 참 좁다 싶었지.
 
 
하마터면 본인이 나갈 뻔 했겠네. 그렇게 살아남은(?) 동호회에서 어떤걸 해?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빨래의 연출과 배우.
 
 
연출에 배우까지 하면 너무 힘들 거 같은데?
혼자 모든 걸 다 하지 않아서 괜찮아.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들 잘 도와주지.
내가 할 일은 별로 없어. 전체적인 일들만 꾸려서 하는 거지.
 


 

그래도 총괄이잖아. 앞서서 으쌰으쌰 힘내게 해줘야하고. 
내가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것도 있는 거 같아. 요즘은 연출일보다 외국인노동자 연기 연습하는 게 힘든거 같다.
 
 
자갸 : 외국인노동자역이야? 잘어울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젠가 뮤지컬로 완전히 전향하겠는데?
뭐라고?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이 늙기 전에 뛰어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
 
 
근데 진짜 잘어울린다. 동남아형 미남이셔요. 근데 뮤지컬을 크게 하더라? 무대 설치도 엄청 크게 하고.
소극장을 빌려서 무대도 다 설치하고. 6개월 간 매주 일요일 연습을 하지. 공연직전에는 거의 매일 모이고.
 
 
사람들은 많은 편이야?
저번에는 40명쯤이 함께 만들었어. 36명. 18명씩 2팀.
이번에는 배역이 9명 밖에 안 되어서 트리플캐스팅을 해서 공연을 올리지.
 
 
생각보다 많다.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왜 하는 거 같아?
본업이 힘드니까. 사람들이 일이 힘들수록 취미를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본인의 일과 취미 생활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지.
 

ⓒ 우.와.대.다.나.다.


 
공연하면 꼭 갈게. 날짜는 정해졌어?
당연히 와야지. 1월 24, 25일. 3달쯤 남았네. 할 일이 많다.
 
 
그럼 본인에게 뮤지컬은 어떤 의미일까?
뮤지컬은 노래를 좋아하고, 연기를 좋아하는 내게 잊고 살던 막연한 꿈이었어.
지금은 그 꿈을 이루고 있는 중이라 행복하지.
 
 
 
그 외의 취미 생활도 있어?
아무래도 요즘은 공연준비와 직장생활 만으로도 시간이 벅차서 다른 것은 많이 못 해.
회사에서 친구들끼리 통기타도 치곤 했는데, 바쁘다보니 자주 빠지게 되더라.
사진 찍는 것에도 흥미가 있어. 사진이야 말로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기록이잖아.
그리고 이왕이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드는 좋은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틈틈이 공부하고 있지.

 

다른거 뭐 잘하는 거 더 없어?
음… 성대모사?


  
해봐.
어? 갑자기 긴장되는데. "
!@#!%!^!^!^!@##!@"
 

자갸 : 하지마. 단향 : 단호하다ㅎㅎ
뮤지컬 톤으로 나와버렸다. 이런 느낌이 아닌데.
 

 ⓒ 중앙본능의 서정환씨?


 그래도 이것 저것 하면서 참 재미있게 사는 구나.
친구들 중에서도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내가 제일 즐겁게 사는 거 같아.
제일 못나가지만 제일 재미있게. 재미부심.
 
 
그렇게 재미부심을 가진 서정환씨는 10년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난 10년 전에 내가 이런 사람이 돼있을 거라고 사실 상상하지 못했어.
아마 또 앞으로의 10년도 굉장히 다이나믹할 것 같은데.
본업이 약사이다 보니, 좀더 전공을 살려 제약회사에서 실무에 참여하거나, 나만의 작은 약국을 하나 가지지 않을까?
한 번은 카페와 약국을 동시에 운영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탐났지.
사실 난 100명중 1명이라도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가장 보람 있기도 하고.


오호? 커피내리는 약사도 좋겠다.
그렇지? 또, 10년안에 잠깐이라도 공연에 올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번 해보고 싶어.
 
 
오피스N 독자들에게 남기는 말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건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 수 있어.
하지만 한 번 사는 삶에서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아
어쩌면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만을 바라보기에는 지금이 아까울 때가 많은 거 같아.
앞만 보고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 옆을 돌아보고 살면 조금이나마 가져갈 추억이 더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