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과 다름없이 버스를 타려고 버스에 탔다. 그때 나의 귀와 감성을 자극하는 말 한마디가 들렸는데!! “여러분 서두르지 마시고 마음의 안전띠를 매세요” …??? 버스를 타면서 이런 멘트는 처음 들어봤다!! 오피스N 대학생 기자단으로서 '이 분 꼭 인터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버스를 내리기 직전 명함을 내밀었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왜 이 기사분은 승객들에게 방송을 하게 되었을까?  
 

취재/기사 작성 류소영 대학생 기자
포토그래퍼 김성겸 대학생 기자
편집 단향 윤혜원


나는 두 딸과 늦둥이 고3 아들을 둔 버스기사 홍정환이다.
 

언제부터 운전기사를 하셨나요?
그게 93년도부터 운전을 했지.
 

우와.. 제가 94년생인데, 제가 태어나기 전이네요! 버스기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옛날에 경제위기로 직장을 잃게 되면서 방황을 많이 했지.
당시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출근하는 척 시내로 나갔다가, 시간을 맞춰 퇴근하는 척도 했지.
그렇게 방황하던 중 버스 뒤에 초보 버스기사 모집 공고가 있어서 지원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지.
 

허.. 완전 마음아파요.. 아버지의 마음이었겠죠..? 혼자 시내에 나가셔서 주로 뭘하셨어요?
시외로 나가서 책을 읽거나 주변을 돌아봤어.
'계속 숨길 수는 없고 아내한테는 말해야하는데….'하며 사색에 잠기고 그랬지. 
 

한 가정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이 더욱 힘들게 만들었겠어요ㅠㅠ
그렇지.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마음이 좀 그래.
 

ⓒ 자부심이 팍팍 느껴지는 명찰!


그럼! 어서 다른 얘기로! 버스운전면허증은 버스기사에 지원하면서 따신건가요?
아니. 85년도에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면허시험장을 갔는데, 
대형면허 버스 시험장 관람석에서 시험감독관이 “대형면허는 박사면허”라고 말하더라고.
그래서 많이 공부했지. 1년 가까이 열심히 공부해서, 5전 6기만에 합격했어.
 

박사 면허를 따신거네요! 대단해요! 버스 운행방송은 어쩌다 하게 된거에요? 
버스기사가 된 후, 스스로 기능인으로 일을 끝나는게 아니라 전문 버스 운전기사가 되자라는 신념을 가졌거든.
그 때부터 손님들의 안전을 위한 방송을 하게 됐지.
 

버스 방송을 하기 위해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있으세요?
주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서 날씨나 시민들이 관심 가질만한 것들 알아보지,
그 외에는 보통 안전과 관련된 방송을 하고.
 

안전에 대한 신념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많은 손님들이 머리 속에 ‘빨리 빨리’가 있어서, 급하게 타고 내리고 경향이 있어.
나는 '운행하는 버스는 내 차이고, 손님들은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일하지.
그럼 안전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지게 되지.
 

ⓒ 운행하는 버스는 내 차!! 손님들은 가족!! 


그렇게 버스 운행하시면서 방송하면 동료 기사들의 반응은 어떄요?
처음에는 ‘운전수가 운전만 하면 되지’라는 반응을 보였지.

하지만 내가 '친절우수사원'으로 뽑혀서 상품권을 받고 해드셋마이크를 샀고 본격적으로 방송을 했지.
그 이후에 회사 내에서도 호응이 좋아서, 회사에서도 방송 장비들을 구비하게 되었지.

 

언론에도 꽤 보도가 된 적이 있으시던데요??
2004년 버스가 공영제가 되면서, 언론에서 버스기사에 대한 조명이 필요했지.
그때 연합뉴스를 통해 보도가 된 후에, 이곳저곳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인터뷰를 많이 했지.
전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모습을 잘봐준 것 같아.



친절기사로 매스컴에 보도된 적이 있던데,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나요?
매스컴을 통해서 알아보기 보다는 내 버스를 자주 타면서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시다.
특히 노약자 분들은 “오늘 친절한 기사 양반 버스탔으니까 마음놓고 타도되겠네” 라고 말하면서 타기도 하지.
 

기사님 버스만 일부러 골라서 타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것 까지는 없는 것 같아. 아무래도 각자 할 일이 있어서 버스를 타는 거니까 일부러 맞춰 타기는 힘들겠지.
 

버스를 운행하시는 도중에 제가 불쑥 인터뷰 요청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방송경험이 있어서인지 꽤 덤덤했다.
 

전혀 놀라시지 않으신건가요?
사실 전혀 안 놀랐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학생기자단의 명함에도 이것저것 끄적끄적! 글빨의 비결인가봐요.

 
제가 기사님을 인터뷰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버스를 운행하기 전 차고지에서 하는 멘트가 있던데, 잠깐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하하. '출발합니다~'하고 '손님을 가족처럼 가시는 곳까지 모시겠습니다. 타고 내릴 때 안전을 위해서 버스가 멈출 때 가능하면 정류장에서! 그리고 서두르지 마시고 마음의 안전띠를 매시고, 내릴 때 마음의 안전띠를 풀고 천천히 안전하게 내리세요.' 뭐 이런식으로?
 

매번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던데 힘들지 않은지?
전혀! 이건 아이들 공부시키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은 재미도 없고 힘든 것 같아.
나도 버스 기사를 하면서 전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마음먹고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지.
 

기억에 남는 승객은?
151번(우이동-중앙대) 버스를 운행 할 때였는데,
용산역에 정차하면 시골에서 자식들 주려고 농작물을 가져오신 분들이 많이 타지.
한 번은 한 할머니께서 딸에게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셨는데, 배낭에서 복숭아2개를 내게 꺼내 주시더라.

 
복숭아 2개 ㅋㅋ 귀여우시다. 받으셨어요?
처음에는 “아이고 어머님! 댁에 딸 가져다 드려야죠~ 절 주시면 어떡해요?~” 라고 했지.
그런데 “아니여, 가방에 많어!” 라고 하시더라고. 너무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받았지.
 

 으랏차차!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시작하자!


버스기사는 주로 연봉이 어떻게 되나요?
생각보다 많아. 4200만원이 넘는다. 나름 고연봉이지! 그래서 요즘은 대학졸업자들도 버스기사를 많이 하는 편이야.
 

버스기사로써 언제 가장 보람을 느꼈나요? 
2004년에 버스가 공영제가 되면서, 저상버스가 들어왔지.
 

저상버스? 
노약자나 장애인이 쉽게 탈 수 있게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버스를 저상버스라고해.
 


아항~ 다시다시! 버스기사로서 가장 보람을 언제 느끼셨어요?
저상버스가 들어오면서 저상버스를 운행한적이 있는데,
아이를 유모차에 앉히고 버스를 이용하시는 분께 리프트를 깔아드렸었지.
 

오오 리프트. 우리나라에도 있긴 있었구나. 사용하는 것을 못봐서 없는 줄알았어요.
그렇지. 보통 유모차의 경우 유모차를 접고, 아기를 안고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근데 내가 그 분께 리프트를 깔아드렸더니, 얼마 뒤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칭찬합시다에 글을 올려 주셨더라고.
그때 정말 보람을 느꼈지.
 

글 올려주신 분이 그 분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칭찬합시다에 '자기 아들이 6살짜리인데 장애아라 걷지도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황이였는데, 기사님이 정류장 턱 가까이에 차를 세우고 리프트를 기울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고 하는 데 그분이 딱 떠올랐지.
 





칭찬합시다에 본인이 올라오는 것을 자주 검색하시나봐요?
굳이 칭찬합시다는 아니더라도 내 이름으로 이곳저곳에 검색해보지.
칭찬합시다처럼 나를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올려주신 글을 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거야.
 


버스기사로서 혹시 힘든점도 있으세요?
공동주택에서도 위, 아래, 옆집을 잘 만나야 되듯. 버스도 앞뒤 차를 잘 만나야 해.
 

배차간격 때문에?
그렇지. 아무래도 장애인들이나 노약자들을 태우고 내리게 되면 좀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
이 때문에 동료들에게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지.
 

제가 기사님이 연합뉴스에 보도된걸 봤는데 30분 느림보버스라고 하던데?
절대 그 정도로 늦지는 않지, 그럼 안 되지.
노약자들이 타고 내릴 때 철저하게 안전을 지켜드린다고 했더니, 약간 과장이 되어서 나갔더라고.

 
 
운행을 하시면 새벽, 아침, 점심, 저녁마다 각각 유형의 사람들이 탑승을 할 텐데, 각각 방송스타일도 다른가요? 
아침에는 “좋은 아침입니다.”
점심에는 “날씨가 덥죠?” 또는 비가 많이올 때 “비는 많이오지만 태양이 사라진 것은 아니에요. 구름 위에 태양이 밝게 빚나지않습니까? 여러분 모두 밝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보세요” 
저녁때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들어가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한 자 한 자 성심성의껏 적어주시는 좌우명! 사훈같은데요?!


기사님은 일 끝나고 뭐하세요?
등산. 인생나이는 60대에 가깝지만 체력나이는 40대를 유지하고싶어.
 

짱 멋져요!! 그럼 맨날 일 끝나고 늘 등산하러 가는 거에요?
매일은 힘들고 산을 못 가는 경우에는 집 앞 공원에서라도 줄넘기 3~400개라도 하지.
 

페이스북을 보니까 글빨(?)이 좋으시던데 혹시 글을 잘 쓰시는 비결이 있나요?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을 통해 내 생각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기사님 페이스북을 몰래 염탐했는데ㅎㅎ 조직기증을 하셨다고 글을 올리셨더라구요!
조직기능을 하게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뼈하고 피부. 사람은 버릴게 하나도 없더라. 페이스북에서 인체조직기증 관련 기사를 보고 마음 먹게되었지.
 

조직기증.. 장기기증하고는 또 다른 거에요? 
장기기증은 기증 하는 것이 장기 일부에 제한되어 있는데, 조직기증은 몸에서 기증할 수 있는 부분은 다 기증하는 거야. 외국에서는 조직기증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역시.. 남을 위해 배려하는게 몸에 베이신 것 같아요. 
그런가..허허


 
 베푸는 걸 아끼지 않는 홍정환님의 운전면허증과 버스운전자격증(박사면허증!)
 

그럼 이제 좀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자식자랑 타임?!
제가 기사님 카카오톡 프로필배경을 보니까 따님이 그.. 유명한 S대 ! 서울대를 졸업하셨던데.

둘째 딸이 서울대를 다녔지. 걔는 오로지 내신성적으로 갔어. 공부할때 외우는게 없고 개념자체를 이해해서…
어구구 자식자랑 팔불출인데 허허..
 

본인은 어떤 아버지인거 같으세요?
우리 아버지가 유교적인면이 있다보니까 근엄하셨는데. 나도 닮아간 것 같아.
내 자녀들에게 품어주는게 좀 부족했지. 요즘은 바뀌려고 노력중이야.

 
어떻게 바뀌셨어요?!
8월달에 우리 둘째 딸 생일이어서.. 그래서 내가 생애 처음으로 케이크를 사서 챙겨줬지~
그러니까 딸이 엄청 감동받고 고마워 하더라…
 
 
우와 정말 멋진 아빠이시네요! 제가 다 감동 ㅠㅠㅠ
사실 나는 밖에서는 별명이 목사이다. 홍목사.
밖에서는 많이 베풀다 보니 이런 별명이 생겼는데, 가족들에게는 밖에서 베푸는 만큼은 못 한 점이 있지.
그걸 깨닫고 몇 년 전부터. 가족들에게도 잘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
 

 
ⓒ 가족들에게도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인 홍정환 기사님!


본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버스기사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운전수가 아니라 ‘선비 사(士)’를 사용해 운전기사라고 칭한다. 따라서 선비같은 운전기사.
그리고 손님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할 수 없지.
손님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회사에 애사심을 갖는 기사가 진정한 버스기사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은 운전기사 분들도 있겠죠?... .
있지. 운전기사 중 손님이 타든 내리든 신경을 쓰지 않는 기사들.
이런 얌체 운전자들 때문에 버스운전기사로서 애로사항이 많아.
게다가 급 제동 급 출발은 연비도 많이 소비되지.
또한 손님들이 다치면 운전자들은 3배의 이중고 처벌을 받으니 다들 안전운전을 했으면 좋겠어.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지금처럼 마라톤처럼 완급을 조절해서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손님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싶지.
전문버스기사로서 전문직업인의 의식을 가지고 일흔살까지 이 일을 하고 싶지.
그리고 운전을 하는 ‘기능인’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업인'으로 나아가,
다른 기사들에게 이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사가 되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