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잘 하고 싶다는 마음만 5년차.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메이크업 클래스도 다녀보고 블로그도 뒤적거려봤지만. 결국은 내게 남은 것은 비비크림 하나. 그래서 디올에 다니는 인터뷰이라고 해서 바짝 긴장. 평소보다 두 배는 공들인 화장을 하고 만난 인터뷰이. 디올에 다닌다고 해서 무척이나 도도한 언니일줄 알았는데, 하늘나라 선녀님인 듯 참하다. (내 화장지적도 안하셨다!) 화장품 이야기에 마음에 활짝 열리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보다. 우리가 매일 몇 번씩 만나는 화장품, 그리고 그 화장품의 마더 성지혜씨를 만나보자. 

 
에디터 단향 윤혜원
포토그래퍼 단향 윤혜원




회사 경력 4년차의 27살 성지혜
 

벌써 4년?
일을 빨리 시작한 편이라서, 연차가 빨리 쌓인 편이야.
 

그러게 엄청 빠르네!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바로 취업이 되었지. 대학교 때 휴학 1년을 하긴 했는데 그 때도 인턴으로 일을 했고. 직장인이 되어서 1~2년에는 참 힘들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니까 물 흐르듯 시간이 가더라.
 

그래도 4년차면 엄청난데? 부럽다. 나는 이것 저것 하다가 늦어버렸는데.
난 그런 케이스가 더 부러워. 학교를 너무 빨리 나와버린 거 같아서.
 

첫 자기소개마저 부럽다. 
그리고 자기소개에 재미있는 걸 덧붙이자면, 전공이 수학이야. 화장품회사에 다니는 데.
 

헐. 수학을 좋아했나봐.
그랬나봐. 사실은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대를 생각했었는데, 시험보고 나서 점수에 맞춰서 가잖아. 그래서 사범대가 아니라 수학과로 일단 진학하게 되었지.
 

 
ⓒ 디올의 젊은 Product Mother 성지혜씨


그런데 어떻게 화장품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
수학과를 가서 1달 듣다 보니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

 

점수 맞춰가는 거였으면 더 그랬을거야. 
응. 그래서 조금 방황을 했지. 그러다 3월말 쯤인가 한비야씨가 학교에서 강의를 한다고 하더라고. 그 땐 한비야씨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대학에서 특강도 들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다이어리에  적어뒀지.
 

특강은 어땠어?
본인의 이야기를 해줬어. "일을 하며 3일 연달아서 자 본적도 없고, 가끔은 몸이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때도 있다. 그리고 병원에 실려갈 때도 있는데, 그 때에도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이들을 도울 때마다 심장이 뛰고, 나는 항상 내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뛴다.
" 라고 말했지.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마음이 동했어?
"특강을 듣고 있는 당신은 어떻냐고. 여러분은 하고 있는 일, 하고 있는 전공, 하고 있는 계획을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뛰냐"라고 물어봤어. 만약 심장이 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했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지. 

 

왜?
교육을 하거나 수학을 배우는 것에 반감을 갖지는 않았어.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변화하는 것을 볼 때는 즐거웠지만, 전공 자체에서는 많은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어. 선생님이 된다해도 아이들에게 깊이 있는 교육을 해줄 수 없을 거 같았어. 


그래서 수학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거야?
그 특강을 듣고 나서부터 몇 달간 생각했지. '내가 어떤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야 가슴이 뛰지? 나는 어떤 일을 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지? 평생의 동반자로서 직업을 가질 수 있지?'라고.

 
ⓒ 우리가 갔던 깨깨오톡 카페는 온통 노랑노랑


그렇게 찾은 게 화장품? 
어렸을 때 화장품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나더라. 어렸을 때 집에 혼자 있으면 엄마 화장대로 뛰어가서 화장을 많이 했었지.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학교 주변의 로드샵들이 많잖아. 그런 곳에서 신제품이 나왔을 때 꼭 테스트 해 보곤 했어. 그런 게 생각이 나면서 화장품 쪽의 일을 하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지.


다전공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다전공을 2개 했지. 법학과 통계
 

또 전혀 다른 걸 했네?
수학과 법이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여지는데, 법을 배울 때 필요한 게 논리적인 사고력과, 앞뒤가 맞는 전개더라. 그게 수학에서의 증명과 비슷하더라고. 어떤 사람이 봐도 참이 되는 결론. 수학을 배우면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법을 공부하니까 훨씬 잘 배울 수 있었던 거 같아.
 

전공 이야기만 들어도 신기하네? 그런데 지금은 PM팀에 있다고 들었어. PM팀은 뭐하는 곳이야?
Product Manager의 줄임말인데, 우리끼리는 Product Mother라고도 부르지. 그 제품의 엄마가 되어서 제품을 기획하고, 태어나게 하고, 결국 고객들과 만나게 하는 거지. 마치 자식을 키우듯.
 

수학적인 감각이 필요한 부서구나
많이 필요하지. 우리가 외국계 회사라 제품들이 대부분 프랑스에서 제작돼. 그리고 우리는 아시아 여성들 특히 한국 여성들의 니즈를 본사로 전달하는 일들을 많이 해. 그리고 그렇게 만들었을 때, 제품이 얼마나 판매될 지를 예측하는 데 수학적인 감각이 많이 필요해.
 


ⓒ 하늘나라 선녀님께서 강림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그래서 숫자에 대한 감각과 분석력이 있다면 많이 도움이 되지. 제품이 얼마나 필요할지, 얼마나 판매될 것인지 등을 예측하는 것에도 숫자가 들어가니까.

 

대단하다. 그럼 이곳이 첫 직장인가?
4학년 1학기와 2학기 중간에 휴학한 기간 동안 디올의 교육 부서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디올과 첫 연을 맺었어. 

 

화장품 쪽에 정말 많이 관심이 있었구나. 외국계기업이 경쟁률이 엄청 나다고 들었는데?
사실 외국계 기업이 정말 다양하잖아. 그런데 특히 화장품 업계는 거의 공채가 없는 편이고 채용 정보가 정말 흔치 않아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그리고 신입보다는 경력 있는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고.
 

좁은 문을 잘 통과했네?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문을 계속 두드리고 결국 들어왔지.
 





입사 때 어떤 것들을 많이 보는 거 같아?
요즘 취준생들이 갖추어야 하는 취업 5종, 7종 세트에 비하면, 난 사실 대단한 스펙은 없거든. 그런데도 원하는 곳에 들어왔잖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거 정말 좋은 스펙이다’ 하는 것도 내가 정말 좋고 재미있어서 했던 것들이고. 스펙보다는 정말로 이 회사를 들어오고 싶어하는 의지를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할 거 같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가 정말 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래도 영어는 잘 하지?
영어도 사실 회사에서 많이 늘었지.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고. 대학에서도 전혀 다른 전공이었으니까. 하지만 비즈니스 영어는 본인이 노력하는 대로 되는 거 같아. 특히나 외국계기업은 영어로 모든 제품 자료가 오기 때문에, 이 제품이 어떻게 출시될 제품인지 너무 궁금해서 매일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점점 늘었던 것 같아.
  

외국계 회사의 장점이 뭘까?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가진 경력에 비해서 국내 회사보다는 외국계 회사에서 더 넓은 영역의 업무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외국계는 국내 기업보다는 근무자가 적은 편인 대신,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고 내 생각들을 자유롭게 오픈할 수 있는 곳이지.


예를 든다면?
아이디어가 필요한 경우에는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 나오기 보다는, 수십 수백 가지의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 하나의 보물을 건질 수 있잖아. 가끔씩은 브레인 스토밍 형식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기도 하고. 이런 부분들로 인해 일을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럼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거 아냐?
굉장히 많이 하지.
 

외국계하면 자유롭고 여유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혀 아닌가봐? 워커홀릭?
자유롭긴 하나, 여유는 글쎄. 일은 적지 않은 편이야.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라, 사실 각자가 어떻게 마음먹고 일하냐에 따라 다르게 느끼기도 하고. 그런데 그건 있어. 다들 일할 때 만큼은 프로페셔널하게 일하고 싶어 하는거!



ⓒ 악마는 명품을 쓴다? 여유롭지 않지만, 뿌듯한 직장.


본인의 성장이 많이 느껴지는 회사구나. 복지는 어때?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모두 써볼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지.
 

엄마가 되려니까 많이 써봐야겠지?
제품 개발 단계에 있는 샘플들을 받아 다양한 방법으로 피드백을 작성해서 보내지. 정말 솔직하게. '제발 이대로 출시해 달라'고 하거나, '이 부분은 꼭 변경해 달라'는 요청들을 모두 담아서.


 
하긴 유럽 사람들 피부에 맞춰서 출시되는 거겠다.
그렇지. 특히나 한국 여성들의 피부가 예민한 편이기도 하고, 화장품에 대한 니즈들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그 의견들을 그대로 본사에 전달하려고 많이 노력해.
 

한국 고객들이 엄청 까다롭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엄청 많은 거 같아. 우리도 미처 모르는 국내 미출시 제품들을 먼저 알고 문의를 주기도 하고. 나는 제품 정보만 간단하게 알고 있던 출시 예정 제품들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글들이 오고 갈 때, 그럴 때 엄청 놀랍기도 하고 반가워!

 
 
ⓒ 신제품을 주시하고 있다


또 다른 놀랄 일들도 있어?
가끔씩 우리가 예상했던 부분과 어긋날 때도 있어. ‘이 컬러는 정말 아니다. 최소 수량만 내자’ 했는데, 정작 그 컬러가 제일 반응이 좋을 때.

 

예상하는 거 정말 힘들겠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심리를 모르겠다 하는데, 우리도 똑같아.
 

나.. 나도 여자들의 심리가 어려워. 그 외에 마케터로서 어떤 어려움이 많아? 그 어려움을 어떻게 벗어나려고 해?
소비자들이 아주 작은 제품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그 브랜드를 역시 함께 구입하는 거잖아. 단순하게 ‘립스틱을 바른다’ 라기 보다, ‘내가 이 브랜드의 컬러를 입었구나’라고 생각이 들게 해야 하니까. 그 책임감이 더 막중하게 느껴져.

 

맞아. 디올에서 큰 맘 먹고 샀는데, 마음에 쏙 들길 바라지.
그렇기에 모든 부분을 다 신경 써야 해. 제품의 퀄리티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브랜드를 느끼게 하는 거지. 그게 가장 기쁘고 보람차면서도 가장 어렵기도 해.
 

한국 화장품 시장은 어때?
뷰티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파워로는 한국이 제일이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류와 함께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의 메이크업이 아시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진짜 커졌지.

 

하긴 우리나라 화장업계가 엄청 컸지?
외국계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을 파악할 때 한국시장이 빠지지 않아. 게다가 한국 여성들의 안목은 정말 높은 수준이기도 하고. 한국 여성들이 좋다 하면 정말 좋은 제품이야.
  

ⓒ 아름다움의 비결은 좋은 화장품.


개인적으로 참 궁금한건데. 어떤 화장품을 쓰는 게 좋을까?
자신에게 좋은 화장품이 좋은 거. 사실 가격은 크게 상관없어. 자기가 쓸 때 만족스러워야 하고. 자신의 피부에 맞게 쓰는 게 제일 좋은 거야. 본인이 여러 브랜드들을 경험해보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

 

무인도에 떨어졌을 때 화장품 3가지만 챙겨야 한다면?
세 가지 밖에 못가져가는 데 나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기초제품을 바르지 않아도 촉촉하게 유지해주는데, 커버력까지 가지고 있는 선블럭. 무인도니까 해도 쨍쨍할 테니까 강력한 자외선 차단력을 갖춘 제품이어야 하지. 그리고 마스카라. 눈을 깜빡일 때 돋보이는 속눈썹은 정말 예뻐. 여자들에게 속눈썹은 가장 예쁜 부분 중 하나인 거 같아. 그리고 얼굴을 화사하게 밝혀줄 컬러가 필요하지. 그래서 립스틱. 대신에 아주 촉촉한 립스틱. 밤에는 립밤으로도 써야 하니까.

 

오? 나는 그냥 스킨, 로션, 선크림일 줄 알았는데. 이걸 참고로 화장을 해야겠다.
최근의 관심사는?
 시간적 여유가 없을 거 같긴한데.

생활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무언가라도 꼭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두 가지에 관심이 있지. 하나는 음악. 원래 피아노를 쳐서, 클래식도 좋고. 쇼미더머니에서 보는 힙합 같은 것들도 좋아. 여러가지 음악을 즐기고 싶어. 그리고 두 번째는 운동. 특히 요가. 야근하고 오래 일하다보면 자세가 틀어지는 게 느껴지는데, 요가가 그런걸 잡아주는 거 같아. 직장인들, 특히 여성들에게 꼭 필요해.


ⓒ 촉촉한 기초와 깜빡깜빡하며 빛이나는 마스카라, 화사한 립스틱이 화장의 완성!


멋있는 직장인이라고 추천을 받았는데, 본인에게 멋있는 직장인이란?
어느 순간에서도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사람.
 

어느 순간에도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사람? 
살면서 별일이 다 생기잖아. 누가 봐도 답이 없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면 모든걸 포기하고 놓아버리게 되는데, 그렇지 않고 어떻게든 답을 찾는 거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럼 회사원으로서 가지는 목표가 있다면?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거잖아. 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고, 성지혜라는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함께 일하면 마음이 놓이고, 어려움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한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보며 후배들이 나의 일하는 모습을 닮고 싶어한다면 그것이 정말 성공한 것이지.


10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대신 지금의 포지션과는 또 다른 곳에서도 계속 커리어를 이어가서, 언젠가는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꼭 10년 후가 아니더라도 궁극적으로 원하는 부분이야.


 
본인에게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계속 꿈꿀 수 있다는 것. 여유롭게 모든 것이 다 갖춰져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있어도 꿈꿀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거 같아. 내 전공이나 내가 지내온 삶과는 또 다르게 일을 하고 있잖아. 하지만 계속 꿈꿔서 이뤄냈어. 어떤 상황에서든 계속 꿈을 꾼다면 이룰 수 있단 걸 잘 알지. 

 

오피스N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나도 한 사람의 오피스N의 독자로서 나의 이야기를 공유 할 수 있었던 것이 소중한 기회였고, 좋은 경험이었어. 나처럼 다른 독자들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요즘 소통이 막히고, 내가 나를 가두려고 하는 일들이 많은데, 한 두 사람이 계속 문을 열어주면 좋겠어.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고, 가치관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