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온 촌년(?) 인 본인은 이번 인터뷰 덕분에 신촌에 처음 가봤더랬다. 젊은이들의 성지라는 신촌,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바는 노래도 사람들도 모두 밝았다. 여유로운 싸장님 포스를 풍기는 바텐더 분이 오늘의 손님(?). 옆에서는 경쾌한 바텐더들의 퍼포먼스가 보이고, 분위기 있는 음악소리에 술을 안마셔도 취하는 기분이 이런 걸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매일 살고 있는 바텐더 김정길씨를 보는 모두의 마음. 부.럽.다.

 
취재/기사 작성 송유정 대학생 기자
포토그래퍼 김성겸 대학생 기자
편집 단향 윤혜원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바텐더. 음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멋진 퍼포먼스를 통해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내는 직업이지.
 

바텐더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몇 살 때 바텐더가 되고 싶었나?
원래는 운동을 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교통사고가 나서 운동을 포기해야했지.
무얼할까 고민하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어떤 호프집을 갔는데, 거기서 바텐더를 처음봤지.
바텐더라는 직업도 몰랐던 때인데, 화려해 보이고 멋져 보여서 '와, 이거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지.
 

근데 무슨 운동을 했나? 
원래는 격투기 선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까지 꾸준히 했었지. 그러다 사고가 난거다.
 

흑… 아쉬웠겠다. 화려해 보인다는 점 말고 바텐더가 매력적인 이유 한가지가 있다면?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리고 손님들이 내가 음료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 덕분에 밝은 분위기에서 일 할 수 있다는 점?
 

본인에게 바텐더란? 
나의 전부다. 이 직업을 선택하고 나서 다른 일은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비즈니스이자 인생이 되어버렸지 이젠.
 

바텐더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원래 바텐더에게 첫번째 목표는 매니저다. 매니저가 되고 나서는 가게를 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가게를 내고 나서는 나 자신을 알려야겠다, 우리나라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알려야 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지금은 세계를 대상으로 한국에 '나'라는 바텐더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항상 바뀌어 가고 있다. 목표를 정하고 이루는 과정이 재밌었다.
 


ⓒ 칵테일도 뽜이어!!!!! 열정도 뽜이어!!!!!!!!!!!!!!!!!!!



그렇다면 미래의 꿈은? 
재밌는, 건전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는 바를 운영하는 것?
플레어 바텐더들이 멋있는 쇼를 보여주고 그것을 기억한 손님들이 다시 우리 바를 찾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바텐더 말고 다른 꿈은 생각해 본적 없나?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 포기할까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이거 말고 다른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바텐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바텐더를 하면 여자들이 많을까봐 현혹이 되서 오는 친구들이 있는데, 일반 사람들보다 연애를 못하는게 바텐더다.
바텐더로서의 목표가 확실하다면 정말 밀어주고 싶지만, 그냥 화려한 모습만 보고서는 뛰어들지 말라고 하고싶다.


본인은 그랬잖아? 
그니까 내가 후회했어 그거때문에. 화려한 모습만 보고 들어오면 힘들다.


여자가 많을 것 같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오히려 바텐더 일을 하면 여자가 없다. 손님들이랑 연애하는 러브스토리 따위는 실현 불가능. 



ⓒ 화려한 모습만 보고 들어왔다가 낭패본 솔로 1人



바텐더는 남자가 많나? 
보통 그렇지. 왜냐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술이 관련된 일이니까.
물론 여성분들도 많이 하시지만 여성분들은 결혼을 하면 주위의 반대로 일찍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추천하고픈 칵테일이 있다면? 여성/ 남성 따로!
칵테일이라고 하는건 정말 다양한 음료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과일, 계절에 맞게, 좋아하는 색깔…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음료다.
'내가 맛있으니까 추천해줄게요'가 아니고 '손님이 좋아하는 취향에 맞게 만들어드릴게요'가 된다.
칵테일은 그런 매력이 또 있지. 추천하고 싶은 칵테일은 너무 많아서 말도 다 못한다.
 

찾아보니까 강의를 하고 계시더라. 바텐더 클래스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우연치 않은 계기로 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게 연락이 온건 아니었다.
상상univ의 매니저가 자기가 아는 클럽 바텐더에게 바텐더 클래스를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그 바텐더가 자기보다는 내가 적임자라고 추천해 줘서…
 

그래, 검색해 보니까 바텐더들 사이에서도 정말 인정받고 있더라. 멋지다. 
고맙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바텐더 대회가 여러 개 있다고 들었다. 가게 올라오면서 보니까 상패가 어마어마 하던데… 
바텐더 대회야 해외, 국내에서 매달 몇 번씩 열린다.
처음에는 예선에 올라가는게 목표였고, 올라가고 나서는 순위권 안에 드는게 목표였고, 아마추어 리그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 프로 리그에서도 또 똑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 상패가 어마무시하구만. 부럽긔. 대표님 나도 상장 좀 만들어주세요.



그렇게 잘 되어서 외국으로도 진출했나?
잘 되어서 나간건 아니었다. 거기서도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가 꾸준히 연습을 해서…
외국에서 첫 세계 바텐더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게 2008년이었나, 목표를 마침내 이룬 거지.
그래도 기회가 되면 꾸준히 대회에 나가고... 2013년 세부 바텐더 대회에서도 우승을 하게 됐다.
물론 지금도 꾸준히 출전 노력 중이다.
 

그냥 바로 우승한 게 아니네? 
절대 아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손에 보면 영광의 상처들이 많다.
흉터들, 찢긴 자국들.. 지금도 꾸준히 2시간씩은 연습 한다. 이것도 안하면 실력 줄어.
 

 

그런 대회의 심사 기준은 뭔가? 

정해진 시간 안에 칵테일을 레시피대로 맛있게 만드는게 1차적 기준이지.
두번째는 그것을 얼마나 화려한 퍼포먼스를 통해서, 다양한 기술들을 통해서 표현해내느냐... 하는 기술 점수다.
 

김연아 같다. 
맞다. 피겨 스케이팅처럼.
테일 점수, 떨어뜨리면 점수 마이너스, 최고점수와 최하점수를 뺀 나머지로 평균점수를 매기는 거다.
여러 명의 심사위원이 있고, 그들 모두 뛰어난 바텐더로 구성된다.
 

세계 대회에선 외국인들이 잘하는 편인가? 
아무래도 나보다 신체조건이 좋은 외국인들은 스킬 자체의 성공률이 더 높아진다. 손도 나보다 크고 컨트롤이 쉬우니까. 걔네는 소주병을 잡고 대회를 하는거라면 우리는 맥주병을 잡고 대회를 하는 거랑 비슷하다.
그래도 나를 비롯한 아시아 친구들이 못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 외국인들에게는 등치로는 루저지만, 실력으론 위너라뀨:)
 


그런 신체 조건을 극복하고 우승하게 된 비결을 듣고싶다.
꾸준한 노력이 항상 있었던거고, 내 신조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가 뭐가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행동을 하는 편이다.
바위에 계란치기가 되지 않도록 내 신체조건에 맞고 유리하게, 나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연습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한다.
 

제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사업의 측면에서는 우리가 노력하는데도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때? 장사가 잘 안되면 슬프지.
바텐더로서는 부상을 입거나 아플 때도 쉬지 못하고 연습을 해야 할 때 가장 힘들다.
 

다치고 하면 부모님이 안 좋아하시겠다. 
처음에는 생색낸다고 막 다친 티를 냈었는데, 요새는 오히려 부모님 마음 아프실까봐 이야기를 잘 안하는 편이다.
 

바텐더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나는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시간을 잘 써야 한다.
더 많이 연습하려면 잠을 줄여야지. 하루에 5시간 미만으로 자는 편. 잠을 줄이는게 가장 중요하다.
 

진짜 죽겠다. 
죽지는 않는다. 열심히 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 아이엠그라운드, 나는 Kei



바텐더가 되기 위해 가장 힘들었던 점? 
일단 밤에 일하는게 가장 힘들다. 남들과 다른 하루를 산다는 것?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자고.
또 바텐더는 음료에 관련된 전문가이기 때문에 음료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서비스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다. 고등학교 때도 안했던 공부를 바텐더가 되기 위해 했던 기억이 난다… 크흑.
 

바텐더의 가장 특징적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마포에서 일을 할 때 대기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부러워하더라.
자유분방해 보이고, 비싼 술도 잘 먹고, 여러 사람들과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대화하고…


그렇구나. 또 다른 특징이 있을까?
시간이 지나보니 바텐더 일을 하면 인맥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서비스직이다 보니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변호사, 큰 회사 사장님, 중고차 파시는 분, 대학생들은 포토그래퍼에서부터 명함 디자인 해주는 능력 좋은 학생들까지, 정말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특징이 되는 것 같다.
 

이 일 이외에 본인의 취미생활이 있는가?
음.. 항상 취미를 갖자고 생각을 하지만 취미가 뭐냐고 쓰라고 하면 플레어, 칵테일 쇼 연습.
연습이 취미가 된거다. 좋아하는게 연습. 힘들어도 재밌더라.

 
말을 진짜 잘한다. 원래 성격이 그렇게 밝은가? 
그렇지 않다. 난 A형이다. 그래도 플레어에 나오면 180도 달라지지. 그게 프로의 마인드 같다.
 


ⓒ 맛있다고 한 잔 두 잔 계속 마시면, 내가 술인지 술이 나인지 모르는 꿀맛 칵테일



본인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일 중요한건 사람.
내가 이렇게 사업을 할 수 있는것도 내 능력만이 아니고 나를 따라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웹 홈페이지 만들기부터 가게 운영까지도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람이 최고다.
 

돈은 많이 버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열심히 하면 많이 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바텐더라는 직업을 하면 절대로 돈이 따라오지 않겠지.
그렇지만 목표를 가지고 하면 분명히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다. 못 벌진 않는다.  자기가 열심히 하기 나름.
 

바텐더가 되기 위해선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꼭 취득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호텔이나 전문적인 곳에서는 필요로 할 수는 있지만 이런 곳에서는 필요 없다.
필수 요건은 아니고 기본적인 음료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좋긴 하지만 크게 관계는 없다.
 

외국에 자주 나가시던데.. 부럽다. 어디 어디 나가보셨나, 보통 왜 나가시는지? 여행? 아니면 일적인 용무? 
영국이나 일본, 중국, 괌, 마카오, … 너무 많아서 생각이 안난다.
개인적으로 놀러간 건 한 번도 없고 전부 바텐더 관련한 공연이나 대회 때문에 가는 거지.
최근엔 '막걸리의 세계화'라고 해서 막걸리로 칵테일을 만들어 보여주는 일을 해서 외국에 자주 나간다.
 

자신만의 칵테일 제조할 때 포즈가 있는지? 
나만의 퍼포먼스는 없지만 내가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자신있는 퍼포먼스는 있다.
그런데 칵테일 퍼포먼스는 혼자 하는 것 보다는 둘이 하는게 많아서 나만의 포즈가 아니라 둘만의 포즈라고 할 수 있을듯?
 

 



단골 손님이 있는 편인가? 
바는 거의 단골로 많이 돌아간다. 물론 그 달, 그 해, 이렇게 계속 돌아가긴 하지만.
장기간 단골도 있다. 그런 단골은 오히려 바텐더의 얘기를 들어주러 오는 사람들이다.
 

술이 또 사람을 친하게 만들어 주니까. 
적당히 먹으면,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지. 과하면 문제가 되지만.
 

칵테일바에도 그런 진상 손님이 있나? 
당연하지. 칵테일도 독한건 진짜 독하다. 한잔에도 취하는 칵테일이 있다.
또 칵테일만 마시는 것이 아니니까 가끔 그런 진상 손님이 있다. 그래도 좋은 손님들이 더 많다.
 

본인은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 
소주는 한병 반. 못마시진 않고 즐길 만큼만 마신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들고 싶은 칵테일. 블랙 러시안을 좋아한다. 단맛과 쓴맛이 공존하는 칵테일이거든.
 

다른 직업을 가진 직장인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 
바텐더를 하면서 많은 직장인들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들을 기회가 많았다. 이직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난 이것 이외에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직장인들로 따지면 이게 애사심이 아닐까? 애사심이 스스로를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거든. '자신이 아니면 이 일은 아무도 못해'라는 생각을 가지시길 바란다. 다들 정말 잠재 능력이 뛰어나신 분들이니까. 
모두 이런 생각으로 하면 잘 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