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마무리 하면서 하는 일들이 있다. 묵은 관계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준비를 한다. 그 중 내가 정말 심도 깊게 준비하는 것이 있으니.. 새로운 다이어리를 찾는 일. 물론 아직 한 해가 3개월 정도 남았는데 왠 다이어리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이 인터뷰이 나와 다이어리 취향이 꼭 맞는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다. 자고로 다이어리는 월별 페이지 다음에는 그냥 무지여야한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이와 대동단결. 신선아씨도 본인의 다이어리와 꼭 닮았다. 어떤 틀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하고싶은 걸 찾는 모습이 아름다운 그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고? 일단 인터뷰를 봐봐요 그럼.
 

에디터 단향 윤혜원
포토그래퍼 단향 윤혜원



직장을 다니면서, 취미로 미술활동을 하고 있는 신선아.
 
 
어떤 직장을 다니고 있어?
미술관에서 일을 하고 있어. 미술관하면 다들 화가들만 만나고,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만 하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데, 정말 다양한 직무가 있어. 제품 기획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예산 집행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그 중에도 기획총괄 파트에 있지.
 
 
기획총괄?
기획총괄 파트에서도 미술관의 회원제 운영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회원제 운영?
관람객에게 미술관의 회원제도를 알리는 거야. 학부 때 디자인을 전공해서, 미술관 소식지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나 배너에 쓰이는 디자인 작업을 하기도 하지.
 
 
그럼 고객관리는 뭐해?
우리 회원제도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고, 가입하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관련 배너나 홍보 포스터같은 걸 만들곤 하지. 회원유지사항이나 개선방안 같은 것도 강구하고 있고.
 
 
생각보다 미술관에서도 다양한 일을 하는구나. 그럼 미술관에 취업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걸 많이 준비해?
분야마다 너무 달라서. 학예연구실에는 대부분 미술을 전공한 분들이고, 행정업무는 대부분 공무원이지.

 

ⓒ 아름다우시네요. 부럽..다ㅠ

 
아, 국립미술관이라 그렇겠구나.
그래도 미술 쪽 공부를 한 사람들이 많이 지원을 하지. 각자 맞는 전공분야 쪽으로. 사실 연봉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데, 정말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어서 지원하는 분들이 많지.

 
 
그럼 본인은 전공이 뭐였어?
디자인 쪽을 전공했고, 예술경영에 관심이 많아서 그 것도 조금.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미술관으로 갔어? 다른 일은 안 했어?
나도 처음에는 회사 디자인실에서 일을 했었지.
 
 
거기서는 뭐했는데?
제품 디자인, 가구 인테리어 배치 그런 걸 했었지. 나쁘지는 않았는데, 염증을 느꼈어.
 
 
그래? 어떤 부분이?
예전부터 회사 생활을 오래하고 싶지 않았어. 특히나 매번 회사와 집만 오고 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나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거보다, 손으로 그리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제품디자인은 컴퓨터로 하는 거지?
컴퓨터로 해야 제품으로 만들기가 용이하니까.
 

ⓒ 무어라고 써야지  사람들이 좋아하려나:)

 
그리고 회사와 집만 오갔다는데, 야근 같은 게 많았나?
늘 아홉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 올 수 있었어. 

 
 
힘들었겠다. 
특히나 나는 대학 때부터 사람들 만나는 걸 워낙 좋아했는데, 회사에 다니다 보니 그런 활동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자유로운 시간을 많이 추구하게 되었지. 사실 약간의 도피처로 대학원에 갔는데,
 흘러흘러 미술관으로 왔어.
 
 
미술관은 어때?
미술관이 회사처럼 수익을 추구하는 곳은 아니라서 회사보다는 치열한 느낌은 아니야.
 
 
하루를 간단히 재구성한다면?
출근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가거나 카페에 가서 잡지도 보고, 음악을 들어. 출근해서 저녁 7시까지 미술관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 집에 돌아와서 8시쯤부터 3~4시간 정도 라디오나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지. 그러면 하루는 끝.



ⓒ  중학교 때 말뚝박기 하다가 허리 부러진 사람 있었음. 진심레알참트루. 다들 조심히 하세요.

 
아침 운동?
이번에는 아침 수영을 시작했어.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는 플라멩고를 배우기 시작했고.
 
 
운동도 많이 하네?
뭐라도 많이 하고 싶어해. 아무것도 없이 멍 때리는 걸 싫어하거든. ‘무엇을 하면 이 시간을 재미있고 알차게 보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 또 퇴근 후에 친구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도 많이 그리지.
 
 
원래 그림도 취미로 하던거였어?
그림이 취미이자 직업이 되었지. 그런데 수입과 상관이 없는 순수 그림 작업 활동도 하고 싶은데 막상 그게 실천으로 옮겨지지가 않아. 아이러니하지.
 


 

팝아트를 그린다고?
응.
 
 
앤디워홀이 생각나는 그 팝아트 맞나? 팝아트 소개 좀 부탁할게.
팝아트는 생활밀접형 예술이야. 특히 내가 그리는 팝아트초상화는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무거운 초상화가 아니야. 만화처럼 형태를 단순화하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서 캐주얼한 초상화지.
 
 
팝아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
친구가 커플기념일 선물을 준비하는데, 초상화를 직접 그리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했어. 그 친구가그림을 전공한 친구가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쉽게 초상화를 그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만화처럼 단순한 형태로 그림을 그리면 좋을 거 같았어. 그렇게 처음 시작하게 되었지.
 
 
처음에는 지인에게 알려주는 걸로 시작했구나. 그럼 어떻게 팝아트초상화를 전문적으로 하게 된거야?
팝아트초상화를 배운 친구가 그걸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어. 근데 그걸 보고 팝아트초상화를 배우고싶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지. 그렇게 클래스를 진행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를 잘 잡았구나.
응. 나 스스로도 주변에 팝아트초상화를 선물했는데, 그것도 어느새 쌓여서 포트폴리오가 되었지. 블로그에 그 그림들을 올렸더니 인터넷검색을 통해 일반인 주문도 들어오기 시작했고.
 

ⓒ 나도 하나 그려주세요. 대신 미화 엄청 많이 해서

 
본인이 가진 능력을 다른 사람들이 먼저 깨닫고, 알아준다는 게 참 좋겠다.
그냥 좋아서 그린 그림을 올렸는데, 그걸 주문해주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들이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이런걸 보면 너무 고맙지. 나 말고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송구스럽지.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려고.
 
 
주문이 많이 들어와?
직장생활을 유지에 지장이 없으면서, 틈틈이 작업할 만큼.
 
 
수입의 정도를 물어보면 실례인가?
응. 그래도 조금 말해주자면 사회초년생의 한달 용돈 or 카드 값 정도 버는 거 같아. 직장과 병행을 해서 추가수입으로 얻어지는 부분이니까 엄청나게 감사하게 생각하지. 퇴근 후 남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추가로 수입을 올릴 수 있으니까.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나 소재는 어디서 얻어?
제작을 의뢰 받은 사진 속에 인물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얼굴을 골똘히 보고 있으면 사람마다 얼굴생김새와 표정에서 느껴지는 고유한 컬러나 이미지가 있어. 그런 부분을 최대한 살려서 작업하지. 또 색감을 배색하는 부분은 평소 스크랩해둔 이미지나, 잡지에 활용된 컬러들을 많이 참고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
음 딱히………? 나는 아티스트보다, 문화를 파는 기업인들을 더 좋아해. 마사스튜어트처럼. 생활에 영감을 더하는 사람. 어떤 제품을 만들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인말이야. 나 역시 생활 속 사소한 부분에서 아름다움과 유머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여유와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렇구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걸 좋아하나봐.
그래서 강의도 하지.
 
 
강의?
직접 팝아트초상화를 그려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초반에 오프라인 강의를 몇 번 했었는데, 장소나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하비틱이라는 온라인 동영상강의 사이트를 통해서 강의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으니 강의제공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어서 좋아.
 
 
그럼 강의를 제공 하는 사람으로서, 그림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팁을 준다면?
나도 여러 것들을 배우고 싶은 열정이 큰 사람으로서 취미로 미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알지. 그렇기에 미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 즐기라는 것. 사실 못 그린것도 잘 그린거야.
 
 
못 그려도 잘 그린거라고?
응. 나는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막 선하나 긋고, 색을 칠하는 느낌만 봐도 ‘와-‘하거든. 나름대로의 그림의 ‘맛’이 있어. 근데 본인들이 욕심이 있으니까 뜻대로 잘 그려지지 않으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더라고. 근데 오늘 하루하루 하는 모든 행동이 점점 더 그림을 세련되게 만들어게 하고 있거든. 만족스러워 질 때까지 그냥 즐기고, 많이 망치고, 완성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은 올라가.
 
 
그림 솜씨가 없는데도 가능해?
나도 어릴 적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어. 근데 미술학원가면 선생님한테 깨진 기억밖에 안 나. 속상하면 그만뒀을 법도 한데.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으니까 그냥 미술학원가서 열심히 놀다왔지. 그랬더니 어느 날 실력이 부쩍 늘어있더라고.
 

ⓒ 과감하게 부탁드린 셀카. 과감하게 찍어봅시다.

 
역시 꾸준히 하는 게 최고야. 앞으로는 어떤 걸 하고 싶어?
사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의 뚜렷한 형태는 잘 모르겠어. 다만 지금의 생활패턴이 좋아. 미술관에서 일을 하는 점도 좋고, 퇴근 후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라 좋고. 다만 지금은 소소하게 작업을 하는 정도이지만, 미래에는 클래스도 활발히 열었으면 좋겠어. 좀 더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해서 많은 분들이 더 쉽고 가까이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역시 그림을 그리는 게 참 좋은 가보다.
난 그림 그리는 걸 감사하게 여기고 살아. 내게는 든든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 대학원 다닐 때도 그림을 이라는 능력 덕에 멀리 여행갈 수 있었던 기회도 생겼었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
 
 
그렇구나. 
미대에 다녔던 친구들은 회사 생활에서 페이가 적기야 하지만, 본인이 그만두더라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많은 거 같아. 그래서 난 사실 다들 취미생활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 직장생활 외의 어떤 특기가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거든.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10년 후에는 문화기업체를 꾸리는 사장님이 되어있으면 좋겠어. 마사스튜어트처럼.
 
 
그럼 마지막으로 오피스N의 독자들에게 한 마디한다면?
나는 내 취미가 나의 또 다른 직업이 된 점에 대해 굉장히 감사해. 본인이 평소 어떤 활동들을 할 때 즐거웠는지 곰곰이 잘 생각해봐. 주변에 어떤 친구들을 보면 회사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고, 본인의 에너지를 다른 활동으로 충전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 또, 사회초년생의 월급은 다 거기서 거긴데, 나갈 돈은 많으니까. 빈 통장을 보면 다들 한숨 쉬곤 하잖아. 취미가 또 다른 직업이 되면 돈도 벌면서 에너지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바쁘게 지낼 땐 그저 앞만 보고 살기 마련이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