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마술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인천 KT&G 상상Univ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의를 위해 큰 007박스(?)와 카드 세트 등 도구를 챙기는 모습에서 프로 스멜이 난다.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마술을 부탁하자, 즉각 마술사의 포스를 풍긴다. 빈 카드를 봉투에 넣었다 꺼냈을 뿐인데 필자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던 37이란 숫자가 적혀 나온다. 요리조리 사람을 홀리는 듯한 말 재간에 속임수를 발견할 겨를도 없다. 이 사람, 정말 유쾌하다. 
취재/기사 작성 이슬기 대학생 기자
포토그래퍼 김성겸 대학생 기자
편집 맥대 이대은


마술 하나로 공연, 강의, 방송계까지 진출한 마술사 곽지훈이다. 


마술사라니. 일반 사람에겐 참 생소한 직업이다. 주로 무엇을 하는지? 
공연은 있을 때마다 하고 사실상 많이 하는건 강의다. 주로 기업 대상으로 강의를 많이 하고 있다.


대상이 다양하구만. 마술에 처음 관심 갖게 된 게 언제인가?
중 3때 도서관에서 한 친구가 카드 마술을 선보이더라. 어설펐지만 그 당시엔 너무 신기했다. 그때 접한 책이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 취미가 마술이 된 계기다.


취미를 직업으로 갖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계기가 있다면? 
고1때 청소년단체 축제에서 부스를 차려놓고 친구들과 함께 클로즈업 마술을 선보였다.


클로즈업 마술?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선보이는 마술이다.


 
ⓒ숫자로 너의 마음을 알아보겠어.


아하. 결과는 흡족했나
그 당시 마술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았던 때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내가 포항의 이은결이었지! 그 때 축제를 계기로 내 꿈은 마술사야 하고 무작정 생각했다.


부모님의 반응도 궁금한데 
엄청 반대하셨지. 특히 어머니가. 사무실에서 펜 돌리면서 인생을 살길 바라셨다.


근데 어떻게 승낙을 받긴 받았나 보네. 지금 이렇게 마술사가 되어있는 걸 보니. 
혼자 마술 공부하다가 들킨 적이 있는데, 당황하지 않고! 학교 축제 등에서 마술을 선보이면서 증명해 보였다. 


 
ⓒ 어머니에게 들켜도 당황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축제에서 마술을 딱! 끝!


오호. 그 뒤로는 아들을 좀 믿으시던가? 
엄마가 든든한 스폰서가 되셨다. 포항에서 서울까지 주말마다 마술 학원을 보내주시기도 했으니까.


처음 무대에 선건 언제였나
고3때 형들 따라다니며 서울에 있는 프로 마술사분들 보조로 일했다. 이때 배운 마술 가지고 포항에 내려가 비로소 공연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용의 꼬리에서 뱀의 머리가 되었군. 공연 잡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고등학교와 자매 결연돼있는 단체들이나 지인 분들이 꽂아준 축제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조력자가 있었다니, 인복이 넘치나 보네. 첫 무대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딱 섰더니 아무것도 안보였다. 고등학교 동기, 선후배들 앞에서 공연했는데 그 떨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다행히 연습한 걸 몸이 기억해서 무사히 하고 내려왔는데 나중에 영상 보니 엄청 오글거리더라.


관객들 반응은 좋았나
좋았다. 사람들이 환호해주던 그 기억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 이..이렇게 열렬히 환호해주셨나요?


대학에 진학해서도 마술을 계속 공부할 수 있었나
사실 고3때는 좀 불안했다. 마술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고. 대학은 안전하게 호텔조리학과로 진학했다.


마술과 전혀 무관한 전공이군. 그래, 적성엔 좀 맞았나
나름 전공 살리겠다고 TGI에서 주방 알바를 했었는데 하루하루가 정말 재미없게 지나갔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마술 공부로 뛰어들었다.


그래도 대학에 나왔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 않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에 마술을 더 공부할 걸 싶다.


그렇군. 늘 새로운 마술을 개발해 선보이는 편인가? 
아무리 개발한다 해도 마술의 역사가 너무 오래돼서 찾아보면 이미 있는 마술인 경우가 많다. 자기만의 연출과 연기를 불어넣어 마술에 새 생명을 주는 것이 마술사의 역할인 것 같다.


하긴. 마술사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직업이니까.
맞다. 카드 세 장을 보여주면서도 여기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하는 식으로 표현하면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다.


ⓒ 1 더하기 1은 귀요미


프리랜서로서 수입엔 만족하나
좋아하는 일 하면서 이 정도 버는 거에 대해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다.


액수가 궁금하군. 궁금증은 넣어두기로 하겠다. 많이 바빠보이던데, 하루 스케줄이 보통 어떻게 되는지?
1,2월을 빼면 강의가 하루에 한 개씩은 꼭 있다. 일요일은 자기 계발 시간으로 남겨 둔다. 공연은 자리가 나면 한다.


힘들진 않은가
전혀. 항상 하는 생각이 지금보다 천 배만 바빴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올ㅋ. 바쁜걸 좋아한다니.


천 배? 대단한 의지군. 몸이 남아나질 않을텐데...
바쁜데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별로 힘이 안든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고 나면 힘든 것은 다 잊게 되고 추억이 되지 않나.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부럽다. 
처음엔 힘들었다. 돈이 안 벌리니까. 그만둘까란 생각도 많이 했다. 근데 마술 안에서도 좋아하는 걸 찾게 되니까 좋더라


 
그게 뭐였는데?
사람들을 마주보고 강의하고,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 말을 더 잘하고 싶어서 스피치 학원도 다닐까 생각 중이다.


이미 충분히 잘하는 것 같은데
말을 더 조리있게, 매력적으로 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유명 스피치 학원은 한번에 4, 500이 든다더라. 깜놀했다.


 
ⓒ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대학 등록금 수준이네. 말하는게 재밌나 
하하. 난 말하는게 천직인 것 같다. 강원도에서 열렸던 진로박람회에서 3일동안 mc를 본 적이 있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목이 안쉬더라.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상상이 간다. 드라마에도 출연했었다면서?
당시 소속사가 있었는데 선배들 소개로 출연했다. MBC 맨땅에헤딩, 분홍립스틱이었다. 단역이었지만 마술을 보여주다보니 그나마 카메라에 오래 잡혔다.


코리아갓탤런트 스팟 영상에서도 당신을 봤다.
그때 엄청 추웠지. 손이 얼어서 마술 보여주는데 애 먹었다.


 
ⓒ 손이 얼었는데.. 이렇게 멋있게 마술을 보여줬다구우?


방송 욕심이 있어 보인다
사실 욕심이 조금 난다. 따로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마술을 통해 방송 나오는 거니까.


이제 강의 얘기를 좀 해보자. 강의를 할 때 청소년 대상과 성인 대상의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차이가 심하지. 청소년들은 무슨 말을 해도 꺄르르 웃는다. 바람만 스쳐도 웃을 것 마냥. 성인분들은 워낙 무뚝뚝해서 뻘쭘한 경우가 많다.


그게 다 사회생활에 치인 탓이겠지
맞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웃음기가 없더라. 난 그래서 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정말 그래 보인다. 많은 직장인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
늘 마술 공부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또 프리랜서라 일을 하고 싶을 때 하니까 그게 큰 행운 같다.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마술을 부려본다면?
그건 마술로 되는게 아닌 것 같다. 사회 구조에 약간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 별다방 음료가 뱃속으로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주지. 


취준생으로서 눈물이 고이는군. 그래도 바꿔보고 싶은게 있다면?
월화수목금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해야하는게 아니라 조금 유동적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월요일병도 없앨 수 있고.


직장인들에게 취미로 마술, 추천하겠나
당연하다. 멘탈 매직을 많이 가르쳐주려 한다. 사람 심리를 읽는 게 중요한 직업이 많다. 계약을 하러 나간 자리에서 상대의 나이를 맞히는 마술을 보여준다면 분위기가 좀 풀어지겠지?


오, 그렇게 해서 계약 성사된다면 대박이겠네. 지금은 완전 프로같아 보이지만, 프로들도 관객들의 반응에 상처 입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경험이 있나. 
에이, 사기네. 나 저거 어떻게 하는지 알아, 등의 반응을 보이면 속상하다. 아직까지 마술을 단순한 속임수라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 많은 것 같다.


 
ⓒ다이빙 선수가 사라지는 마술?

정말 그렇겠네. 속임수가 아니라면 마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마술은 사기가 아니라 연기와 기술이 합쳐진 퍼포먼스다. 쇼를 볼 때는 예의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옆에 쇼핑백이며, 007 상자며 … 저것들이 다 오늘 강의를 위한 준비물인가?
그렇다.


저 상자가 제일 궁금하네.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여줄 수 있나
아, 이건 비밀이다. 특이한 마술 도구가 이 안에 많이 있다.


ⓒ 여러분 이게 바로 철가방...아니 마술가방입니다.


본인은 여자친구가 있으시던데,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술을 소개해달라. 
어느 정도의 스킨십이 있어주면 좋겠지. 찢은 휴지를 이성의 손에 쥐어주고 펴보면 원래대로 붙어있는 마술을 추천한다.


스킨십과 어우러져 호감도가 상승하겠군
그런 연구결과도 있다. 스킨십 + 놀라움 = 호감 up!


여가 시간에는 무엇을 주로 하나?
마술 공부하는게 취미다.


이런 마술 덕후를 보았나. 마술 말고 다른 취미 활동을 뽑아본다면? 
다트 던지기. 일반인보다 0.5 정도 잘 던진다.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한다. 대작은 4번까지 본 적 있다.


어떤 영화였길래? 
스워드피시. 마술사가 서커스에서 큰 코끼리를 없애는데 그 비법이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 영화볼때도 마술에 집중! 이런 마술 밖에 모르는 바보!

 
영화에서도 마술 얘기가 빠지지 않는군. 
직업병이겠지. 어떤 영화든 BGM에 집중해서 보려고 한다. 마술 공연할 때 참고할 수 있거든.


그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해외에도 몇 차례 다녀온 것으로 안다. 
2012년까지는 마술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해외 많이 갔었다. 그런데 성과를 내지 못하다 보니까 자괴감이 들더라.


자신감 넘치는 모습 뒤에 그런 이면이! 
마술 대회 생각만 하다 보니 다른 클라이언트들에게 소홀해지고, 결과물도 안나오니까 내가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한번 나가려면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하거든. 하루 3, 4시간 자는 것은 기본이고.


SNS를 보니까 최근 미국에 다녀왔던데? 
마술 공부를 하러 다녀왔다. 겸사겸사 먹방도 찍고 왔다.


ⓒ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는 곽지훈 마술사:)


해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 같다.
해외는 마술의 역사가 오래됐다 보니까 창의력, 표현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선 생각도 못한 마술을 많이 하더라.


마술사로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어쩌면 우물 안 개구리일 수 있겠구나.
그래서 마술사가 꿈인 아이들에게는 해외에 많이 다녀오라고 얘기한다. 해외의 공연 많이 접해보고 오라고…


스케일이 다르구만. 우리나라 공연과 해외 공연,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작다 보니까 공연 하나를 만들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전국을 다 돈다. 따라서 새로운 걸 계속 개발해야 한다.


마술사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 같다.
맞다. 노력하는 것만이 길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먼저, 마술 강의하면 곽지훈이란 사람을 떠올릴 만큼 많은 강의를 하고 싶다. 또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공연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 선보이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