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대 에디터는 초딩 4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서예를 배웠다.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 걸까, 전교 서예 대회를 하면 2등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아 물론, 서예 라이벌 때문에 1등을 놓친 적이 많지만. 이 정도로 서예를 열심히 했는데 정작 손 글씨는 악필이다. 서예와 손 글씨의 상관관계 따위는 성립이 되지 않는가 보다. 그런데 이런 악필인 사람도 손 글씨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 바로 '캘리그래피'다. 최근 글씨체(폰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더라. 이지언 캘리그래피 작가가 글 쓰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해봤지만 세살 악필은 여든까지 가나보다. 퇴근 길에 한글 공책 사서 글씨 연습이나 해야겠다.

에디터 맥대 이대은
포토그래퍼 맥대 이대은

 

캘리그라피(이하 캘리) 작가 이지언이다.
 
 
닉네임이 '왼손 붓잡이'더라. 왼손잡이인가?
처음에 캘리를 배울때 선생님이 작가가 되려면 닉네임 하나 정도 있으면 좋다고 하셨다. 내가 왼손잡이라서 왼손붓잡이라고 했다.


고것 참 별명 짓기 쉽구만. 활동 시작한지는 얼마나 되셨나?
시작한지 2년 반 정도 됬다. 왜, 연륜이 있어보이나?
 
 
그런 의도는 아니었음. 캘리그라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선으로 표현하는 예술을 뜻한다. 선에다 감정과 느낌을 담아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보통 손 글씨랑은 다르다.


 
ⓒ우리말 '한글' 글꼴에 대한 재조명. 캘리에 관한 내용도 있슴둥.
(출처-Youtube. SBS 한글날 특집 다큐 "글꼴 전쟁")

 
서예랑 비슷한 예술 활동 아닌가?
내가 서예를 안 해봐서 잘 모르지만, 직선으로 반듯반듯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캘리는 틀을 깬 글씨고, 붓이든 뭐든 도구의 제약도 없다.


 
아무래도 글씨를 쓰는 활동이라서 그런지, 악필인 사람은 꽤나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릴 듯 한데?
아니다. 오히려 악필인 사람이 더 잘한다. 글씨를 예쁘게 또박또박 쓰는 분들은 틀을 깨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캘리는 틀 없이 막 써야한다.
 
 
악필을 역으로 예술로 표현해야겠군. 그런 캘리를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나? 캘리er?
캘리그라피스트 또는 캘리그라피 작가라고 부르는데 딱히 정해진 명칭은 없다.
 
 
ⓒ진짜 왼손잡이네?


캘리를 배우는 대학 전공이라도 있나?
서예과 전공하신 분들이 캘리로 전향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딱히 캘리를 위한 전공은 없다.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본인은 캘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원래 출판사에서 편집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 책 표지를 디자인하는 일이 많았는데 단순히 폰트를 이용하면 한계가 많이 있더라. 그래서 손 글씨만의 고유의 맛을 내고 싶어서 캘리를 배웠다.
 
 
원래부터 디자인 쪽을 하고 싶었나?
그냥 막연하게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패션이냐 건축 디자인이냐 이런 구분 없이 그냥 디자인이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디자인 관련 회사에 취업을 했었지.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더라 


그 때 회사 다닐 때랑 지금을 비교하자면 어떤가?
삶의 만족도가 아주 올라갔다.
 
 
디자인을 하고 싶었는데도?
내가 느낀 회사 업무는 단순히 힘들다기 보다는 상사가 시켜서 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내 일 같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의 성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캘리를 하면 시간도 빨리 간다.


그야말로 천직을 찾았군. 요즘에 캘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더라. 혹시 본인도 많아진 캘리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나?
확실히 많아졌다. 내가 배울때는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일반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많다.
 
 
그럼 왜 인기가 많아졌을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보내는게 전부지 손으로 글씨를 써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손 글씨를 통해 내 생각과 느낌을 담는 것에 대한 추억을 많이 찾으시는 듯.


하긴. 나도 손으로 편지를 쓴 일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여기 홍대 인근을 지나다 보면 캘리로 제작한 듯한 간판이 많이 보이더라.
가게 간판을 직접 캘리로 의뢰하는 경우도 많고, 영화 포스터, 머그컵에도 캘리 글씨를 넣는다. 활용 범위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손 글씨로 내 마음을 표현해봅시다. 하기싫음 말고.
 

캘리 배우면서 이 점이 좋아요, 저 점이 좋아요 이렇게 말하신 분은 안 계신가?
캘리를 하면서 잡생각이 없어졌다고 하신 분이 많다. 그리고 명언을 보고 쓸려면 명언을 많이 찾아야 하는데 오히려 캘리를 쓰기 위한 명언 덕분에 마음에 안정이 많이 됬다고 그러시더군.
 
  
글씨가 사람을 잡는 게 아니라, 글씨가 사람을 살리네. 그럼 본인이 생각하기에 캘리를 배우면 어떤 점이 좋나?
창의력, 공간감, 예술성과 같은 능력을 써야하기 때문에 뇌근육을 많이 굴릴 수 있다.
 
 
특히 직딩들에게 캘리의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찌든 회사 생활, 스트레스. 이런 자신의 상태에서 위로의 말들을 캘리로 쓰다 보면 스스로 위로 받을 수 있다.
 
 
회사 스트레스를 글로 표현 하자면 날카로운 글씨만 나오것네. 캘리를 배우면 맨 처음 뭘 배우나? 내가 초딩 때 서예를 배웠을 땐, 붓 잡는 연습부터 했는데.
캘리는 선을 긋는 연습을 먼저 한다. 점/선/면이 디자인의 3요소이듯 캘리는 선을 먼저 연습한다. 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선 끝을 날리면 날카로운 느낌, 둥글게 마무리 지으면 편안한 느낌, 뭐 이렇게?
그렇다. 실제로 날카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나무 젓가락 부서진 걸로 쓰기도 한다.


ⓒ그래, 캘리는 처음이다.
 

자장면 시켜먹고 남은 나무 젓가락 열심히 모아야겠군. 붓으로 캘리를 쓰는 경우가 많나?
붓이 가장 기본이고 나뭇가지, 붓처럼 만든 비닐, 애완견 털, 풀뿌리 다양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쓰면 된다
 
 
손가락은?
나 말고 어떤 수강생은 손가락으로도 하시더라.
 
 
그렇다면 나는 혈서로 캘리를 하겠다...는 아니고. 선이랑 글씨 쓰는 일이 익숙해져서 고급으로 넘어가고 싶다면?
고급 클래스를 배운다면, 그때부터는 영화 포스터나 음반 표지처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글씨를 연습한다. 영화 제목 등을 나만의 스타일로 바꿔봐야지.
 
 
캘리로 부업도 할 수 있겠다. 글씨 예술이라고 해서 또 생각난게 있는데 POP 글씨랑은 또 뭐가 다른가?
POP도 잘 모르지만, POP는 아기자기한 글씨를 해야할까? 캘리는 느낌을 통틀어서 글씨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담는 일이 대부분이다.
 

ⓒ날 괴롭히는 상사 이름을 종이에다 빨간색으로 적어도될려나?

 
캘리에 있어서 창의력, 예술력. 뭐가 더 필요하나?
창의력이다. 창의력이 예술력을 뛰어 넘을 수 있다.
 
 
감성이 충만한 사람도 캘리를 잘 할 수 있을텐데?
음, 냉정히 말하면 끼가 있으신 분들이 잘 한다. 물론 꾸준히 연습해도 되는데 배우는 속도를 보면 끼가 있으신 분들이 더 빨리 배우지.
 
 
본인 블로그에 보니까 폰 케이스에도 캘리를 넣었더라?
이거다. 넣고 싶은 문구가 있으면 내가 써서 케이스에 입혀준다. 가격은 35,000원이다.


 
ⓒ뻥이 아니고, 정말 말하는대로 다 이루어질거요 
 
지금 나한테 딜을 하자는 건가? 그래도 갖고 싶긴 하네.
본인의 폰을 꾸미기 보다는 선물용으로 많이 찾으신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수강생 중에 어떤 분들이 제일 많나?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어린 학생들도 있을 듯 한데?
제일 어렸던 수강생이 초딩 2학년이었다. 엄마 아빠 따라왔는데 같이 등록해서 배웠다.
 
 
2+1 이군. 캘리 쓰는 게 지겨울 때는 없나?
아직은 없다. 물론 연습하는 분량에 비해서 만족할 만한 실력으로 나오지 않으면 좀 그렇지만.
 
 
실력이 늘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는 소리인가?
필력이 좋아졌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근데 이런 일은 만 번을 쓰면 한 번 나올까 말까.


ⓒ인터넷 강의 진출? 

 
계속 쓰다가 하나 얻어 걸려야 하네. 블로그에 보니 중/고등학교로 강의도 나가더라? 블로그 열심히 찾아봤다.
청소년 진로 멘토로 나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아직 직업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아서, 이런 직업도 있다라고 체험을 시켜주기 위해 나가고 있지.
 
 
학생들이 캘리가 뭔지 알고 신청한건가?
사실 다른 강의(사진, 패션, 메이크업 등) 신청 인원이 넘쳐서 캘리로 넘어온 경우가 많았다. 캘리가 뭔지도 모르고 강의 들어온 친구들이 많았지.
 
 
지금은?
지금은 일부러 찾아 오는 친구들도 있다. 항상 수업이 끝나면 캘리로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괜히 그 메시지 때문에 내면에 삭혀뒀던 감정이 폭발해 꺼이꺼이 우는 학생들도 있겠는데?
꺼이꺼이는 아니어도 우는 학생도 있었다. 앞으로의 직업을 꿈꾸지 말고 이런 이런 사람이 되자고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직업이랑 꿈은 별개거든
 

ⓒ글자가 때론 한 사람의 꿈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꺼이꺼이) 캘리 작품 만들어서 팔 생각은 없나?
작품을 팔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없다. 그냥 의뢰가 들어오는대로 컵이나 케이스에 입히는 정도?
 
 
영화 포스터에 캘리 많이 넣더라.
안 그래도 영화 포스터 관련해서 협의 중이다.
 
 
무슨 영화?
안 알랴줌..
 
 
네. 수요과 공급의 법칙에서 보자면, 캘리에 대해 수요가 늘어났으니 캘리 작가의 공급도 많아지겠지. 
최근 캘리 붐이 일어나서 캘리 작가도 많아졌다. 하지만 2,3년만 지나면 그 붐도 가라앉고 진짜 작가들만 생존해 있겠지.
 
 
그때 당신은 생존하고 계시길. 캘리 작가가 될려면 얼마나 배워야 하나?
뭐 개인차가 있지만. 나는 한 16주 정도 교육 받고 바로 작가 일 시작했다.
 
 
창의력이 좋아서 그 기간 정도 배운건가?
예전부터 삽화 일을 해서 금방 캘리를 배웠다. 오래 배운다고 잘 하는 건 아니더라.
 

ⓒ신라면이 핫핫하다면 너와 함께라면은 훈훈하다

 
본인 수강생 중에 캘리 작가로 전향한 사람은 없나?
준비 중인 수강생은 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캘리는 다 알랴주려고.
 
 
많이 알랴주세요. 캘리말고 다른 취미 활동은 안 하시나?
승마와 같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갑자기 승마는 왜?
캘리가 정적인 활동이라 동적인 운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캘리를 가지고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라도 있나?
심리 치료랑 결합하고 싶다. 미술 치료는 있지만 아직 캘리를 접목해서 하는 경우는 없다. 캘리를 배우고 기분/감정이 좋아졌다는 분들을 많이 경험해서 캘리도 충분히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캘리로 심리 안정!
 
 
그럼 캘리를 언제까지 할건가?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질때까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까는 싫증난 적은 없다며?
그래서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 어차피 직업은 여러 번 바뀐다고 생각해서 아직 지금은 나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캘리는 재미있다. 나를 빛내 주는 존재라할까나.
 
 
본인에게 있어 캘리를 포함한 ‘글자’는 어떤 의미인가?
한 사람의 마음이다. 독서는 작가와의 대화이듯 ‘글자’는 서로 힘을 주고 위로가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10년 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은 안 해봤지만 문화예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나 자신이 예술로 행복하니, 그 행복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고 단 3년이 될지라도 즐겁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