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네(범죄와의 전쟁), 드루와(신세계), 살려는 드릴께(신세계), 호의가 계속 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부당거래). 이와 같은 덕후성 명대사를 남긴 한국 영화가 있다. 이런 영화를 보면 명장면 또는 대사가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가끔 영화 OST가 머릿 속에 남는 기억이 많다. 과연 이런 OST는 누가 작곡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네이버 요정과 구글링을 소환해서 찾아 보았다. 근데 웬걸? 아주 익숙한 이름의 작곡가가 발견되었다. 맥대 에디터의 군악대 선임이기도 했던 작곡가 석승희씨. 그때의 군 선임이 이렇게 유명해졌다니. 석승희가 누군지 궁금해? 그럼 드루와.


 
에디터 맥대 이대은
포토그래퍼 맥대 이대은


 

영화음악 감독과 작곡가로 살고 있는 석승희라고 한다..


오피스N 직장인 인터뷰 128회 인터뷰이였던 인디밴드 클럼지 ‘이지우’와 나랑 당신은 같은 군악대 출신이다.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소감이라면?
사실 내가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닌데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 많은데.


ⓒ저 맥대 에디터와 이전 인터뷰이였던 인디밴드 클럼지 이지우씨. 작곡가 석승희씨는 같은 군악대 출신이었습니다.
(칼라 처리 인물 왼쪽부터 맥대 에디터, 이지우씨, 석승희씨)

 

그럼 더 앞으로 열심히 하셔서 지금보다 유명해지면 되겠네. 간단히 영화음악 작곡가가 뭐하는 사람인지 소개 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작곡가와는 다른 면이 있는 사람이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영화를 보조해야 하고 또는 영화를 통해 음악을 드러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추상적이군. 본인은 어떻게 음악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나?
아버지가 노래를 좋아하셨는데 자녀가 피아노 반주를 하고 부모가 노래하는 그런 생활을 꿈꾸셨다. 그래서 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근데 전공은 작곡이지 않수?
그렇다. 테너 색소폰까지 연주하게 되었는데 색소폰을 위한 협주곡이 많이 없더군. 그래서 이 참에 내가 작곡을 해보자고 해서 작곡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하는 사람이면 무슨 버클리 음대 이런데 도전하던데.
나는 색소폰으로 영국 왕실음악학교 갈려고 준비했었다. 부모님의 의견 때문에 가지는 않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죽지 않았지. 지휘까지 공부해보려고 했는데 지휘를 전공하려면 피아노와 작곡까지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더군. 그래서 작곡 전공으로 학교에 입학했다.


ⓒ강남 신사역 부근 지하 작업실. 무슨 해리포터 비밀의 방 들어가는 줄.


음악 제작 섭외가 들어오면 시나리오를 받고 시작하나?
그렇다. 맨 처음 시나리오를 통해 전체적인 영화 줄거리를 파악하고 진행을 한다. 그 외에 영화 소개 영상을 보거나 촬영지로 직접 나가서 참고하는 경우도 있다.


촬영지? 그렇다면 영화배우 직접 만난 경우도 있겠군.
그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네. 그럼 당신이 참여한 작품 좀 소개해달라.
빠르게 말하겠다. ‘박쥐’ ‘베를린’ ‘신세계’ ‘부당거래’ ‘이끼’ ‘범죄와의 전쟁’ 등등


ⓒ백문이 불여일견. 석승희씨가 참여한 작품들.


그런데 대부분 어두침침, 우중충한 분위기의 영화다. 왜 이래?
영화 제작사나 감독님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서 내가 이런 장르를 고른 건 아니다. 오히려 중구난방식이 아니라 비슷한 장르에서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꼭 해보고 싶은 영화 장르라면?
당연 멜로가 아니겠나? 근데 내 감성적인 부분이나 커리어를 더 쌓을 수 있는 영화라면 다 도전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음악 쪽이다 보니 소속사가 있을 듯 한데. 
작년 초에 독립했다.


영화 음악 작곡가 또는 영화 음악 감독.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어느 표현이 더 어울릴까?
둘다 틀린 말은 아니다. 디렉터도 하며 곡도 쓰고 있어서 편하게 불러달라. ‘승희씨’라고 해도 되고.


ⓒ승희씨 동료 엔지니어께서 작업 중. 뭔가 까리해보임.


네. 승희씨. ‘범죄와의 전쟁’ 음악이라면 ‘오~오오오~ 풍문으로 들었소’가 떠오르는데 이것도 승희씨가 참여한 거?
이 노래는 장기하씨 노래라서 내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감독님께서 이 노래를 넣고 싶은데 어떠냐고 나한테 물어보시던데.


이때까지 참여한 영화에서 우리가 알만한 음악이 있을까?
가장 익숙한 곡이라면 영화 글러브의 엔딩곡, 범죄와의 전쟁의 Intro, outro 음악 정도? 특정 음악을 고르기가 힘들다. 나는 음악을 통해 영화를 더 빛내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본인의 데뷔 작품은 영화 ‘박쥐’였다. 어떻게 영화 음악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원래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학교 선배가 이전부터 영화 음악 쪽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그 영화팀 음악 파트에서 자리가 생겼고 포트폴리오 제출하면서 지원했지. 운이 좋았던 편이다. 그래서 시작한 첫 작품이 ‘박쥐’였다.


초반부터 좋은 작품을 시작하셨군. 그러면 한 영화에 들어가는 음악도 꽤 많은데 그 중에서 몇 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되나?
평균 30~40% 정도 담당했다. 작곡가가 모두 세 명이라서.


ⓒ본의 아니게 인터뷰 장소도 어두침침. (참고로 이때 밤 9시 넘어서 인터뷰를 했었음)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작업하는 건 아니지?
당연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영화 음악도 여러 사람들과 협업을 많이 하게 된다. 나 자신도 작곡가로서 역량을 더 기르기 위해 꾸준히 곡을 쓰고 있다.


수년 동안 영화 음악을 다루면서 본인이 느끼기에 영화 음악만의 매력은 뭔가?
매력이기도 하고 힘든 점이기도 한데. 일반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몇 년이 지나면 순환이 되고 승진도 되고 더 노련해지는데 이 작업은 매번 같은 작품이 아니다. 영화를 좋게 만드는 장치라서 새로운 작품을 접하고 그것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


매력이자 과제이군. 클래식, 가요랑 영화 음악은 많이 다른가?
나는 가요 쪽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세히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영화/드라마 음악은 음악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에 늘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겠습니다. 음악을 만들다가 오케스트라나 락 장르의 음색이 필요하면 어떻게 하나?
예산이 충분하다면 직접 세션들을 섭외한다. 그래야 더 정교한 소리를 만들 수 있지
그런데 그렇지 못 할 경우에는 미디로 작업을 하는데 최대한 믹스에 신경을 써서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드는데 노력한다.


 
ⓒ범죄와의 전쟁OST Part.4 (출처 Youtube)


영화 섭외가 들어오고 시나리오까지 받았다. 그러면 베토벤 모차르트처럼 악상이 막 떠오르나? 나는 좀 그런 면이 신기하던데. 
이때까지 참여한 장편만 20편, 단편까지는 40편이 넘는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천천히 읽다 보면 악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평소에 작곡 연습한 느낌이 살아있어서 영화 분위기에 따라 곡이 써지기도 하지.


영화 감독님과도 많이 작업을 하겠다?
그렇다. 앞에도 말했지만 영화 음악은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도구라서 반드시 감독님이나 영화 제작사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감독님과 조율하기도 하고 꾸준하게 회의 연구를 하지. 서로 조정하면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있다.


엉덩이로 일하는 사람이군. 선천적인 감각도 필요할거 같은데?
있으면 좋지. 하지만 작곡에 대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꾸준하게 공부하면서 내공을 쌓아야 한다.


 
혹시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
아무래도 여러 배우를 만났을 때가 기억에 남지. ‘박쥐’ 작업할 때 김옥빈씨를 처음 만났는데, ‘와 역시 여배우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


그런 일 있으면 나도 좀 데려가라. 좋은 일 있으면 같이 공유해야지. 혹시 다른 사람은 만나본 적 없수?
박찬욱 감독님이랑 송강호 선배님을 데뷔 때 뵈었다. 그 분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도 더욱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데뷔시절 아주 좋은 공부를 했고 나를 데뷔시켜주신 남기웅 감독님에게는 늘 감사하다.



 

ⓒ영화배우 만나면 나도 데려가주삼~


오~ 그 분들을 선배님이라고 부르군. 부럽다. 배우 만난 일 빼고 다른 성취감은 없소?
영화 기자 시사회나 VIP시사회 때. 최종 버전으로 영화가 나오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올 때 그 성취감은 남다르지. 물론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지만 엔딩 크래딧을 보면 ‘아 정말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성취감 때문에 전신의 털이란 털은 더 서겠군. 시사회도 초청되는 경우도 많겠다?
그렇지. 초청 시사회는 다 가려고 한다.


그런 일은 같이 공유 좀 합시다. 가끔 엔터테인먼트 관련 뉴스를 보면 어떤 가요 작곡가가 저작권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어마어마하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영화 작곡가는?
역시 저작권은 나한테 있지만, 아직 영화 음악 쪽 저작권료는 크지 않다.


그럼 뭐 먹고 사는데?
수입은 계약금 위주이고 지금은 대학교 강의도 나가고 있다. 일반 직장인처럼 월급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다 할려고 한다. 찬밥 뜨신 밥 가릴 수 없지.


ⓒ내 한계는 내가 정한ㄷ ?


계약금이라면 책정 기준은 뭔가?
음악 제작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다. 예를 들어 장비, 스튜디오 대여. 연주자 섭외 비용 등등 필수적인 비용이 있다.


기본적으로 계약금 알려 줄 수 있나?
당신에게만 알려주겠다. (속닥 속닥)


올~ 이건 나만 알고 있어야지. 많은 사람들이랑 협업하면 반드시 의견 충돌이 생기겠지.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서로 의견을 존중하면서 일하고 있다.


그래도 충돌이 생긴다면?
음, 집요한 질문이군. 최대한 상대편 의견을 따른다. 간혹 내가 음악 방향과 관련해서 감독님을 설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감독님/제작사의 의견을 최대한 따른다.

 

일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가급적 운동하면서 스트레스 풀려고 한다. 헬스 수영을 주로 하고 최근에는 킥복싱까지 접하고 있다. 아니면 지인들 만나서 술 한잔 하기도 하고.


조만간 술 한잔 합시다. 얼마 전에 유럽 순방을 다녀오셨는데 혹시 해외 진출을 모색하러?
해외 진출에 왜 욕심이 없겠나? 이번에 출국하기 전에 런던, 파리에 있는 영화 제작사에 내 포트폴리오를 보냈었다. 프랑스에서는 바로 연락이 와서 이번에 그쪽 제작사와 미팅도 하고 왔다.


올~ 나중에 칸 영화제 같은 시상식에서 영화 음악 부문 상 받는 거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은 안 하고 있고 아무래도 유럽 제작사는 고유의 색깔이 있어서 나와 잘 맞을 듯 싶더라.


 
ⓒ의뢰인 메인 OST (출처-Youtube)


영화 음악 쪽으로 진출하고 싶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영화를 좋아해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작곡 소양과 예술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충만해야 한다.


또 다른 점은?
작은 기회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였지만 작은 영화라도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늘 처음처럼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나중에 오피스N을 위한 OST도 만들어 줄 수 있나? 17사단 군악대는 의리잖아.
오케이 콜~!


마지막으로 직장인들에게 한마디 부탁.
먼저 우리나라 영화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으니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화를 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