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자네. 이 인터뷰를 보기 전에 홀로그램필름 'Red rum' 듣고 가는게 어떤가? (출처-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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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왜 인디밴드가 직장인 인터뷰에 나오지?’라고 생각하는 당신. 그렇게 고리타분 해서야. 이번엔 직장인을 인터뷰한 게 아니라, 직장인을 위한 인터뷰를 해 봤다. 하루 정도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일을 자신의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만나 봐도 나쁠 건 없으니까. 인터뷰이가 이렇게 유머러스한 밴드라면 더더욱.

p.s. 인터뷰를 녹음한 파일을 들으며 내가 정말 실 없이 웃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 자리를 빌어 사죄한다. 하라는 질문은 안하고 웃기만 해서 미안하다, 홀로그램 필름!

 
취재기자 나홍윤
포트그래퍼 박준형
에디터 이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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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홀로그램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밴드다. 보컬 황윤진, 기타 변선융단, 드럼 박한솔, 그리고 베이스 강찬희다.
 

팀 이름이 특이하다.
순간의 이미지 또는 사운드를 통해 영화와도 같은 잔상과 여운을 남긴다는 의미다.


그룹에 보면 말 많은 멤버, 제일 잘생긴 멤버, 근거 없이 인기 많은 멤버 등 특징이 있더라. 홀로그램 필름 멤버들은 각자 어떤 특징이 있는 지 궁금하다.
융단: 방금 말한 게 다 맞는 것 같다.

찬희: 짜온 줄?

융단: 일단 말 많은 멤버는 윤진, 잘 생긴 멤버는 한솔, 근거 없이 인기 많은 멤버는 찬희다.

찬희: 융단이는 어려서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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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특집이라던데. 그냥 드립 특집아닌가? (출처-홀로그램필름 싸이월드 클럽)


다들 친한 것 같은데, 밴드를 같이 하면서 가까워진 건가?
윤진: 한솔이 빼고 셋이 같이 살았다. 그러다 찬희가 항상 같이 있고 마음도 잘 맞으니까 우리끼리 팀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한솔 씨는 나중에 합류한 건가?
윤진: 그 당시 드러머는 다른 팀에 소속돼 있어서 빠지게 됐다. 그래서 드러머를 찾다가 우연히 한솔이를 만났다.

찬희: 좋게 말하면 스카웃이고 나쁘게 말하면 뺏어온거고. 


인디밴드 활동은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다. 굳이 이 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융단: 그냥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걱정했던 것 보다 잘 풀리긴 했지만, 한국의 음악 시장 구조상 창작자가 돈 벌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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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우리는 어떻게 친해진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어서 계속하는 거군.
융단: 재미없으면... 이거 할 이유가...

찬희: 돈이 목적은 아니지만 진짜 재미있어서 한다.

윤진: 난 사실 타의로 시작했다. 나를 부추긴 친구는 정작 발을 뺐다. 진학도 음악 쪽으로 했고, 그러면서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솔: 나 같은 경우 시작은 멋있어서 했다. 아직까지 이 일보다 더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못 찾았다.

찬희: 난 어릴 때부터 클래식을 했는데, 흥미를 잃고 있었다. 그러다 윤진이가 기타치는 모습을 보는데 그게 끌리더라. 어떻게 보면 친구 따라 시작한 거지.


모든 근원은 발 빼신 그 분이네. 다들 한 음악 하는 것 같은데, 앨범 작업도 다 직접하나?
윤진: 멤버들 끼리 분담해서 직접 작사, 작곡하고 있다.


뒷조사를 좀 해봤는데, 이번 앨범 자켓을 직접 제작했더라. 굉장히 멋있던데, 계속 그렇게 해온 건가?
홀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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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었다는 앨범 자켓. 직딩 디자이너들아, 이 정도 만드는거 쉬운건가요?

왜 굳이?
융단: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걸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한솔: 남이 해주는 거에 만족을 못 한다.

융단: 그냥 우리가 하고 만다.

찬희: 남을 잘 못 믿는다. 우리가 책임져서 하고, 망하면 망하는 거지 뭐.


맡긴 결과가 안 좋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윤진: 초창기 때에 지인이 선뜻 도와주겠다고 했었는데, 그 결과가 참담했다. 그래서 더 스스로 해내려고 한다.

융단: 뮤직비디오를 맡긴 적이 있는데, 그거 풀면 우리는 정말 웃긴 밴드 될 것 같았다.

찬희: 정말 감사한데, 결과물이 정말 폐기처분할 정도라.

윤진: 20년 후에 공개할 예정이다. 기대해 달라.
 

진짜 예술가 같다. 그저 앨범 자켓만 신경 쓸 것 같진 않다.
윤진: 무대 의상 같은 경우 각자 옷으로 직접 선정해서 입는다. 조명도, 큰 공연장에서는 곡마다 원하는 부분을 엔지니어 분들께 부탁드리곤 한다.

찬희: 이번 정규 앨범 의상은 융단이 아버님께서 디자인 해주셨다. 물론 회의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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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색이 얼굴에 묻어나오는군. 보는 사람도 어색 주의


옷 때문인지, 프로필 사진이 굉장히 멋지다. 근데 촬영하는 게 어색하진 않나?
찬희: 아직도 너무 어색하다.

윤진: 정말 첫 촬영 때는 사진 작가 분이 굉장히 힘들어하셨다.

융단: 찬희 형은 카메라 울렁증 있어서 어색해할 때마다 카와이.

찬희: 사진 찍는 거 자체를 싫어한다. 하물며 공연할 때도.

윤진: 이거 올라가면 이제 너 안 찍어준다.

찬희: 근데 끝나고 팬분들이랑 찍는 건 좋다. 정말 감사해요!

윤진: 찬희만 그런 거다. 우리 셋은 다 좋아한다. 블로그에 사진 찍힌 거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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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 얘들아, 나는 그렇게 어색한 오빠 아니란다.


그 정도로 좋아하는 거였나. 그럼 탑스타들처럼 촬영 전날 팩도 하고 굶고 그러나?
한솔: 술 마시고 간다.

융단: 난 한 번 그런 적 있다. 예전 단독 공연 때 한솔이 형이 티켓이 매진되면 내가 웃통을 깐다고 공약을 걸었다. 난 몰랐는데. 팬들이 기대하고 있으니까 한 번 까야겠다 싶어서 전날 밥 안 먹었지.
 

몸이 좋은가 보다.
융단: 그냥 밥을 안 먹으면 배가 안 나온다.
 

그게 좋은 거다. 그렇게 웃통 까면서 주말에 공연하면, 주중에는 뭐하는 지 궁금하다.  
찬희: 합주, 개인 레슨, 개인 작업을 한다.
 

주로 홍대에 출몰하는 건가?
융단: 나랑 한솔이 형은 주로 홍대에 있고 나머지 둘은 대학로에서 볼 수 있다.

찬희: 난 거의 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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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희: 우리 집에 아무도 없는데 라면 먹고 갈래?
 

싸이월드 클럽에 올라오는 ‘홀로그램 필름 이야기’가 정말 재밌더라.
윤진: 첫 번째 EP앨범을 낼 때 앨범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서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계속하게 되었다.

융단: 요즘 좀 막 나가는 것 같다.

찬희: 필터링이 없다.

융단: 남들 까려고 자신까지 희생하고, 애쓴다.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굉장히 독특한 것 같다. 인디밴드 특성 상 팬들과 굉장히 가까울 텐데?
찬희: 공연 끝나고 사진 찍으면서 이야기도 하는 것도 있고, 주로 SNS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윤진: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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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스케치북 하나만 사줄래? 종이가 없어서 팔에 그림을 그렸어


골수 팬들도 있겠지?
윤진: 항상 찾아주시는 팬들이 있다. 나는 늙어가는 처지라서 친한 애들은 편하게 동생처럼 대한다.

융단: 더 잘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만날 때 마다 안아줄 수도 없고.

 
그렇게 하면 된다. 골수 팬들은 선물도 많이 주실 것 같다.
찬희: 내가 초, 술, 팔찌을 좋아해서 딱 그 3개가 고정적으로 들어온다. 쌓여있는데, 보면 참 흐뭇하다.

한솔: 난 장난감을 좋아해서 레고를 많이 주신다.

융단: 이제 술 선물은 그만 주셔야 할 것 같다. 요새 술을 잘 안 마셔서, 주시면 다른 사람한테 다 줘야 한다. 내가 못 마실 바에야 그냥 안 주시는 게 낫다.

찬희: 얘(융단) 차 좋아한다. 차라리 차나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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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나는 프로 네티즌이 될꼬얌!
 

이렇게 잘 되는 밴드, 안 했으면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나?
융단: 난 배 탔을 것 같다. 낚시배 말고 크루즈. 새벽에 망망대해에서 배 위에서 쏟아지는 별을 본 걸 잊을 수가 없어서 배 타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근데 배 타면서 별을 볼 일은 없으니, 밴드를 한 게 다행이다.

윤진: 네티즌? 웹 디자이너 까지는 너무 무겁고, 프로 네티즌 정도 할 것 같다.

융단: 오타쿠!

한솔: 음악 아니어도 예술을 했을 것 같다. 회사 다니진 않을 듯.

찬희: 난 거지? 백수? 밤농사 했을 것 같기도 하다. (필자는 분명 밤농사로 들었다.)
 


밤농사?
찬희: 일부러 그러는 건가? 밭 농사, 밭.
 

미안하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최종적 목표가 있다면?
윤진: 오랫동안 기억되는 뮤지션으로 남고 싶다.

찬희: 올~

윤진: 너무 짧은가? 사라져서 잊혀지는 밴드가 아니라, 김창완 선배님처럼 오래오래 음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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