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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연이 있다. 심지어 세상을 바꿔버린 이들에게도 사연은 있다. 세상을 바꿔 버린 '소셜 네트워크'를 창조해 낸 '마크 저커버그'에겐 1억명의 친구와 맞바꾼 소중한 10명의 친구가 있었고,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모양의 '애플' 로고와 함께 세상에 '스마트폰'을 등장시킨 '스티브 잡스'에겐 컴퓨터에 대한 남다른 동경이 있었다. 최연소 뮤지컬연출가 데뷔 경력을 갖고 있는 김병화 연출도 그러하다. 언젠가 뮤지컬 세상을 바꿔버릴 이 사람의 사연, 들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사람의 사연을 시작한다.
에디터 김지훈
포토그래퍼 이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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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최연소 뮤지컬연출가로 데뷔했던 뮤지컬연출가 김병화 라고 한다. 반갑다. (웃음)
 
최연소? 정말? 몇 년도? 몇 살?
데뷔를 29살에 했다. 2007년 데뷔. 보통 34~35살에 데뷔한다.
 
작품은?
‘시간에..’였다.
 
키야, 그래도 데뷔작으로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 탄 건가?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재능이 타고났네. (인재네, 인재여.)
첫 끝발이 개끝발인 게, 그 다음 작품은 보기 좋게 말아 먹었다.(웃음)
 
전공이 뭐였나?
연출 전공이었다. 지금은 또 예술 경영에 관심이 있다.
 
커리어 소개 부탁한다.
공식적인 데뷔는 ‘시간에..’로 했고, ‘신문고’라는 작품이 한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잘 나가는 듯 했으나! 잘 안 됐다. 그 전후로 짧은 작품 여러 편, ‘하이힐과 운동화’, ‘텀블러 마미’ 라는 작품들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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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바로 연출가 포스.

이야기도 직접 쓰시나?
당연하다. 사실 다른 제작사 연출부에서 일을 했었다. 처음부터 딱 2년만 경험하고 얼른 ‘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지. 그래서 원래 대학 시절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작품의 캐릭터 한 명과, 일하면서 짬짬히 구상했던 아이디어의 캐릭터 몇 개를 또 가져 와서, ‘이 캐릭터에는 이 설정을 넣어보자.’ 하며 만들게 됐다.
 
오, 캐릭터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군. 혹시 실존 인물을 넣은 적은 없나?
아직은 없다. 하지만 ‘지수’ 캐릭터는 내가 남자로서 상상하는 가장 이상형의 여성을 만들었다.
 
남자들은 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하하. 난 아니지만. 여배우에게 사심있는 건 아닌가?
오디션 볼 때 사심이 조금 들어갔다. (웃음) 문혜준 배우님도 사실…(웃음)
 
‘지수’캐릭터는 조금 새침때기인 느낌이 나던데? 그런 쪽 좋아하시나?
가끔씩 새침한 면이 있긴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자에게 잘 한다. 개인적으로 편안한 연애보다는 그렇게 자극적인 연애를 좋아한다.
 
혹시 여자친구 있나?
없다. 연애할 마음도 없다.
 
슬프다.
슬퍼하지 마라. (웃음) 참, ‘지수’ 캐릭터 중 몇 부분은 실제 경험으로 만들었다.
 
어떤 장면인가?
비 오는 버스정류장에서 우산없이 남자가 여자친구 ‘지수’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 그것 때문에 싸우게 되는 씬, 그리고 정류장에서 데이트하는 장면 등.(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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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꾼 김병화 연출님.
 
작가나 연출가라면, ‘이야기꾼’, ‘만담꾼’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본인은 어떤 편인가?
‘웃겨야 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어서 농담을 막 하다가 갑자기 감성적으로 변하는 이상한 스타일이다. 조울증 걸린 사람처럼, 미친 듯이 농담을 주고 받다가도 갑자기 ‘낙엽이 슬프지 않냐’하며 창 밖을 보고 그런다.
 
비공개 대본 중에 혹시 ‘이거 대박 날 것 같다’는 이야기 있나?
‘해피 플라이트’ 라고 배낭 여행하는 이야기가 있다. 결혼을 하려고 꾹 참고 직장을 다니던 남자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면서 ‘아, 내가 뭘 위해 살았나.’ 하며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야기 보다도, 사실 극장의 좌석들을 아예 4D로 배치할 생각이다. 비행기가 뜨면 좌석이 함께 뜨는 형식으로.(웃음) 또, ‘하이힐과 운동화’라는 시각 장애인 남자와 명품렌탈샵에서 일하는 여자의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영화나 다른 장르의 예술을 꿈꾼 적은 없나? 굳이 뮤지컬로 승화하는 이유가 뭔가?
누가 뭐래도 음악이다. 뮤지컬 업계에서 일 한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뮤지컬 OST 중 아무 곡이나 틀어 놓으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여기에 ‘상상을 그대로 펼쳐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
 
그간 뮤지컬 업계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사람 참 어렵다’? (웃음) 배우, 음향, 조명, 음악감독, 제작자 등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내려고 하고, 이걸 연출가로서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물을 낸다는 게 아주 어렵지.
 
일반 회사와도 같아 보인다. 사업 아이템을 위해서 기획, 마케팅, 디자인, 개발 등의 부서들이 각자의 의견을 내 놓고, 그것을 조율해 가는 과정.
그렇다. 배우들의 감정을 이끌어 내는 일, 관객들께 이야기를 전달시키는 힘 등 모든 것이 그 과정인 것 같다.
 
와, 뮤지컬이란 게 이야기와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었구나.
돈 많으면 될 지도 모른다. (웃음)
 
아, 그건 사업도 그렇다.(웃음) 그렇다면 가장 힘든 점은?
사실 내 감정도 잘 못 다스리면서 배우들에게 복잡한 감정 연기를 주문하곤 한다. 그런 감정적인 부분들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인지 연출자로서 때로는 엄해질 때도 있다. 그 부분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이쯤에서 물어볼 게 있었다. 자, <‘소극장 뮤지컬’은 굉장히 배고픈 일이다.>라는 세간의 편견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고프기도 한데, 배고프지 않기도 하다.
 
멋진 말이 나올 것 같다. 계속 얘기해 달라.
정말 수백개의 소극장 작품들이 있다. 인터넷 티켓 판매 사이트만 접속해도, ‘대학로 뮤지컬 초특가 판매’라며 수백개의 작품들이 올라오지 않나. 그 중에서 정말 성공하는 작품은 1~2개다. 그러니까 대부분은 배가 고프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소극장 작품을 하는 사람들은 이 일을 해야 배가 부르다. 안 하면 오히려 더 배고플 것이다. 그래서 배고프기도 하고, 배고프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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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화 연출님 리즈시절(오른쪽) - 서주은 음악감독님 어린 시절(왼쪽). 노..농담입니다.
 
서주은 음악감독님과의 호흡도 유명하다.
사실 뮤지컬 업계에서 연출가와 음악감독의 호흡이 맞기가 굉장히 힘들다. 연출가가 음악에 대해서 뭔가 지적을 하기라도 하면, 음악감독은 나름대로의 작품 세계가 분명히 갖춰져 있기 때문에 격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예술 분야이다 보니 감정적인 대립이 심해지지. 하지만 이 친구는 한 번도 내게 그런 적이 없다. 항상 연출가가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하고 늘 조율을 해 준다.
 
한 마디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네.
그렇다. 밤새도록 곡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요즘은 결혼하면서 좀 바빠졌지만. (웃음) 예전에는 계속 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집안일이란 게 쉬운 게 아니다’며 계속 도망간다.(웃음)
 
뮤지컬 단짝이 먼저 결혼을 했는데, 부럽진 않나?
안 그래도 ‘니 작품이 우울한 건 이유가 있다’면서 결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웃음) 근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솔직히 그렇게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웃음)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얘기 좀 해 보자. 당시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타셨는데? 무려 2관왕.
이런 공모전을 준비하는 제작자들은 소위 말해 '몰빵'을 한다. 1년 내내 이것만 준비하는 거지. 오래 준비한만큼 여기서 낙방을 하는 경우 데미지가 아주 크다. 그래서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되더라. 

아니, 그렇게 어렵게 수상을 하셨는데, 배우분들이 반바지-티셔츠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설의 레전드로 남았다. 어찌된 일인가?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끼리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시상식 참석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 배우들도 오랜 공연 기간이 끝났으니 국토대장정을 다녀 오겠다고 떠난 상황이었다. 여배우 셋이 떠났는데, 갑자기 주최측에서 전화가 왔다. 수상 후보가 되었으니 참여해 달라고. 그런데 그게 당일 오전. 그래서 부리나케 달려왔다. 배우들은 강원도에서 국토대장정을 하다가 대구까지 뛰어 왔고. (웃음) 정말 웃겼던 게 셋이서 택시타고 딱 도착해서 내린 곳이 레드카펫 시작 지점이었다. (웃음) 살도 다 타고 티셔츠에 슬리퍼, 반바지 차림으로 얼굴 가리고 레드카펫 위를 질주했지.(웃음)

상 탈 때도 반바지 입고 받았나?
아니다. 당시 주최측에서 '옷을 좀 갈아 입으셔야 겠는데요.'라고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보통 '그냥 후보'는 옷을 잘 안 갈아 입히거든. 그래서 심상치 않아서, 여배우에게 고급 블라우스 하나를 사줬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옷값 아직 안 갚았네?(웃음) 그래서 준비하고 올라갔지.(웃음)

(웃음)(웃음)(웃음)재밌다. 자, 마지막 질문을 할 시간이다. 뮤지컬연출가로서 최종적인 꿈을 밝혀달라.
사실 꿈이 고등학교 때와 똑같다. '100년이 가도 계속 공연이 될 작품 하나를 만들자.'이다. 그리고 최근에 하나 더 생긴 꿈이 있다면, '뮤지컬 전용 극장'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배우, 작가, 기획자 등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자유롭게 '뮤지컬'에 대해 떠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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