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jpg
 
'재림이 없을 것처럼 치열하게, 내일 재림이 올 것처럼 자유롭게.' 치열하게 살지만 소유욕은 없다. 목소리는 차갑지만 상냥하다. 냉정하지만 인간적이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갖고 있는 색을 그려냈다. <실미도>,<공공의적2>,<홀리데이>,<한반도> 명분과 울림이 있는 작품을 써 내려간 그녀는 이야기 매니지먼트 '올댓스토리' 를 꾸렸다.  


 
에디터 유지수
사진제공 올댓스토리


 

반갑다. 대표님에 대한 사전조사 하느라, 새벽 밤잠 설친 에디터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이야기 산업' 발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콘텐츠가 시작하기 위한 '씨앗'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는 이야기를 자체적인 독립 산업으로 봐야 할 때다. 여러 산업이 이야기에 뿌리를 내리고,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문체부도 적극 수용했고, 산업이 되기 위해 정책적 지원, 독립된 예산, 법률적 조정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야기 관련 에이전시 '올댓스토리'는 어떤 회사인가?
배우를 매니지먼트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매니지먼트 하는 회사다. 배우를 발굴해내듯, 이야기를 발굴하고 있고 이야기가 더 적절한 매체와 매칭 될 수 있게 에이전시도 병행한다. 또 한 쪽으론 '이야기 전략 사업부' 와, 이야기가 구체적인 상품화가 되는 과정을 도전해보는 ‘우리 사업부’ 도 있다. 최근에 ‘엿츠(엿)’ 에 스토리를 입혀 상품을 출시했다. 

 
그 엿, 나도 먹어봤다. 사무실에 출근하니 동료가 선물이라며 올려놨더라. 이른 아침 엿 먹으니 기분 참 묘하던걸? 단순한 엿은 아닌 것 같더라.
이야기의 생명력에 대해 증명하기 위해 탄생한 제품이다. 과거에는 왕의 음식이었고,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 입에 물고 들어갈 만큼 브레인 푸드였던, 정월 대보름에 모란과 함께 선물을 했었던 엿이 1960년대에 전기 중학교 *‘무즙 사건’ 이후로 욕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는 전통이 아쉬웠고, 선물을 하며 덕담이 오갔던 우리 문화에 대한 재조명의 필요성을 느꼈다.


*무즙 파동(-汁波動)은 1965년도 대한민국 중학교 입시 문제에서 무즙과 관련된 문제에서 복수 정답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벌어졌던 사건을 부르는 말이다. 

 

기사 속3.jpg

ⓒ 부자의 책상
 


이야기가 돈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진 게 사실이다. 김희재 씨의 이력을 보니, 큰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웃음) 알 것 같기도. 영화판에서 주목받던 시나리오 작가가 굳이 ‘이야기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전임 교수로 있는 추계예술대학교 영상 시나리오 학과에서 2007년에 첫 졸업생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영상 시나리오를 가르치고 이야기 생산자를 키우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는지 알려 줄 시장 상황은 없고, 아이들의 좋은 이야기들이 기술적 트레이닝이 필요한 시간을 견디지 못 해서 사장되거나, 또는 굉장한 생활고를 겪어야 하는 상황들이 마음에 걸렸다.
          
 
잠시 과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실미도’ 강우석 감독님은 “영화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 란 말을 하셨는데, 김희재 씨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했나?
아, 그래요? 그 이후로 여러 개 하시던데. (웃음). 강우석 감독님은 이전에 코미디 중심의 작품을 해왔었기 때문에 실미도라는 작품이 승부수였겠지만, 나는 겨우 한두 편의 시나리오를 쓴 상태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작품 사이즈가 크건 작건 똑같다. 작가에게 내 앞에 있는 작품을 대하는 매 순간은 똑같다고 봐야지.

 
만약 실미도가 실패했다면?
글쎄. 내 데뷔작(H, 2002)은 전국 관객 7만 명이었다. 실미도는 나에게 많은 기회를 줬고, 어디 가서 나를 소개하는데 있어서 편했지만, 작가로써 작품을 쓰는 것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가 있었다면 난 7만 명이었던 영화에서 끝났을 것이다.
 

 

기사 속.jpg

ⓒ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시장에 맞는 이야기 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어느 기사에서 ‘직장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것’ 중 하나로 맞춤법을 꼽았다. 당신도 이에 동의하나?
직장인이 성공하기 위해서 보다 더 원칙적인 문제다. 맞춤법이 틀렸다는 것은 굉장히 여러 가지를 증명한다. 많이 읽지 않았다는 것, 많이 읽었는데도 틀렸다는 건 관찰력이 떨어진다는 것, 즉 '나는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연애편지 쓸 때, 맞춤법 틀리는 남자! 최악이다. 올댓스토리 자소서 예시 질문을 보니, ‘본인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란 질문이 있더라. 당신을 분노하게 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부당함. 내가 당하건 행하건 그게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화를 많이 낸다. 
 

 

기사속 2.jpg

ⓒ "내가 세상에 말하고 싶은 가치를 규정하고 있는가, 말 해야만 하는가, 내가 지금 꼭 해야하는 순간인가."
 

핏대 세우는 모습이 상상되는 건 왜 일까. 대표의 눈으로 봤을 때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 가족 같나?
가족인지 가축인지.
 

<변호인> 양우석 감독님도 가축이라 할 것인가. (웃음) 올댓스토리 출신이라 들었다.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지금도 우리 회사 주주로 계시고. 뛰어난 이야기 꾼이다. 쿡 찌르면 뭐가 쭈욱 나온다.
 

못 먹어 본 감 찔러 나 보는 건가.
양 감독님에게 뭘 뽑아내는 건 대한민국에서 내가 최고다. 뭔가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이야기를 설계하는데 가장 좋은 브레인스토밍 파트너다.



 

후사진.jpg

ⓒ "잠을 안 자고 버티고 앉아 있으면 몸이 망가지는 게 절감될 만큼 느껴져요. 목의 뻣뻣함과 혈압의 요동."



과거 이야기를 해봤으니, 미래 이야기를 해보자.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란 책을 쓰셨다. 2014년엔 어떤 섹시함을 가질 예정인가?
우선, 일반적인 섹시와는 다른 의미라는 걸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웃음) 2014년엔 항상 기뻐하고 싶다. 나는 삶의 에너지가 없는 편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아, 되게 재미있다!’ 라 말한 적이 거의 없다. 뭘 먹고 싶고, 재미있어 죽겠고, 하고 싶은 게 있고, 보고 싶은 게 있고, 딱히 그렇지 않다. 삶이 되게 평평하다.

 
너무 많은 책임 아래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맞다. 학교 수업을 잘 해야 하고, 회사가 잘 굴러갈 수 있게 해야 하고, 내가 약속한 원고들을 써야 하고, 미션들을 다 해내다 보면 내 스스로가 뭔가 즐겁게 하기 싫다.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버려서.

 
바쁜 삶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잘 살고 있는 것 같나?
요즘 고민하고 있다. 나는 에이징에 대한 준비는 되어가고 있나? 나이가 드니까 생각이 통제가 안되어서 그 생각들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때가 있다. (웃음) 얼마 전 딸이랑 여행을 하다 갑자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거지?” 라 하니까 딸이 “감자튀김 먹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잖아.” 이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