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현주 씨는 6년차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흔히 ‘초딩’이라는 말로 초등학생들을 비하하며 미성숙함과 통제의 어려움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보통 사람들로서도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마음가집 일터이다. 지금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녀가 초등학교 선생님의 꿈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 부터도 아니었고 거창한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에게 들려온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가 그녀를 자극했단다.

    

  “원래 꿈은 교육 쪽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수능을 치고 보니까 원래 가지고 있던 꿈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어느 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본거에요. 꺄르르 거리면서 웃는 모습이요. 해맑게 놀고 있는 그 소리가 제겐 정말 청아하게 들렸어요.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한 맑음이랄까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요. 그때부터 선생님에 대한 꿈을 품게 됐죠.”

    


 

  원래는 치과의사를 꿈꿨었다는 여 씨. 한 번에 진로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인생에 큰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인생이란 항해에 있어 정말 큰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은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있지 않았어요. 단지 그 일을 할 때 제가 편안해지고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일이란 것을 느낌으로 알았어요. 전에 과외도 몇 번 했었거든요. 부모님도 안정적인 직업이고 또 제게 맞을 것 같다며 찬성해 주셨어요. 저도 여러 과목의 일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요. 그렇게 교대에 진학하고 보니 더 잘 맞더라고요. 또 이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대부분의 교육대학 학생들에게는 교생실습이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한다. 잠시나마 실전에서 뛰어보고 교사라는 직업을 자신의 적성과 견주어보는 기회니까 말이다. 여 씨에게도 교생실습은 큰 경험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죠. 저는 교생 실습 때 수업을 위해 10시간 넘게 준비했어요. 그런데 정작 발표하는 건 40분이에요. 끝마치고 나니까 허무하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욕심껏 다 하지 못했으니까요.”

    


 

-교생 실습의 유산

    

  “교생실습에서 느끼는 것은 가르치는 면에서 느끼는 것뿐이에요. 수업발표를 하려고 준비하고 그것을 다 쏟아내는 게 끝이었어요. 굉장히 많은 것을 준비하는데 다 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준비하는 것은 나의 생각, 나의 지식인데 실제로 하는 것은 아이들과의 쌍방향 소통이거든요. 교생 때는 그것을 몰랐던 거죠. 수업이란 것은 나 혼자 잘나서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란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교생실습을 거쳐 정식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여 씨. 그녀는 선생님이 된 후 기쁨이 배가 됐다고 한다.

    

  “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울고불고하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지냈어요. 아이들과 하루하루 지내는 게 굉장히 뜻 깊었어요.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성장해요. 아이들이 미성숙한 상태인데, 그 상태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배우고,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며 저도 많이 배워요. 아이들을 보면 정말 티 없이 맑고 순수해요. 그건 경이로운 거예요.”

    


 

 

어떤 일을 하던지 처음은 누구에게나 뜻 깊기 마련이다. 그녀가 선생님이 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

    

  “그땐 제가 4학년을 맡았었어요. 그런데 반의 한 아이가 특수반 선생님의 지갑을 가져다가 카드의 현금 인출을 시도하고 지갑을 쓰레기통에 버린 거예요.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또 사건이 일어난 뒤, 면담을 진행해요. 지금 느끼는 것이지만 면담은 ‘누구누구야 그런 일을 왜 하게 됐니,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 아프다’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그 아이는 바뀌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에 급급하죠. 저는 당시 후자 쪽이었어요. 아직 서툴렀던 거죠.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그 후에 그 학생은 어떻게 됐는지

    

  “반듯해 졌죠! 나중엔 전교 임원까지 했는걸요. 당시에는 그 아이 때문에 안 울어본 학생이 없을 정도로 말썽꾸러기였는데 말이죠. 어떤 못된 행동을 한다 해도 아이들은 아이들이에요. 그 내면에는 순수함이 있어요. 그 순수함은 정말 예쁜 것이고요. 저는 그것을 보려고 노력해요.”

    

  그녀는 선생님의 가장 큰 임무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어떤 것을 키워줄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가르쳐 줄까?’가 아니라 ‘아이들이 어느 정도를 알고 있지? 내가 그 빈 부분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1년 중 3월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새 학년을 맡게 되고 3월이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들을 파악하고 믿음을 새우는 것이에요. 이 아이는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는 것을 파악하는 시기죠. 그런 다음에 아이들에게 믿음을 얻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 다가가는 순서에요. 3월은 마음을 얻고 관계에 있어 신뢰를 쌓는 시기인 거예요.”

    


 

그녀에게 있어 가장 감격스러웠던 기억은 무엇이었을까.

    

  “제가 작년에 6학년 담임을 했었어요. 그때 어린이날 기념 체육대회를 하는데, 출장 때문에 2시간 정도만 함께 했어요. 그런데 우리 반이 종합 1등을 했다는 거예요! 종합 1등을 하려면 한 반이 엄청 단결을 해야 하는데, 그걸 담임선생님 없이도 해낸 거예요. 엄청 대견스럽고 마냥 어린아이들이 아니고 성숙함도 배워나가는 구나하는 것을 느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다’는 신념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일이 항상 즐겁고 아이들이 마냥 예쁘다는 그녀. 그녀는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을까.

    

  “저는 아이들에게 인간적으로 절절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저는 기계도 아니고 신도 아니에요. 같은 인간이고 너희들과 함께 노력하는 선생님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요. 그래서 잘했으면 같이 기뻐하고 잘못 했으면 같이 아파하고 무너지고… 이런 희로애락을 잘 보여줘요. 이건 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감정의 소통을 통해서 서로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얻거든요.”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교육 전문직 쪽으로 들어가서 교육 행정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어느 정도 교육을 해 보니까 선생님들이 좋은 교육을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제도가 조금 더 개선된다면 훨씬 교육환경이 나아질 거예요. 지금은 여러 가지를 배우고 또 도전해 보고 있어요. 현직에서 경력을 쌓고 교육 전문직으로 전향한 뒤에 부족한 부분들을 개선하려고요.”

 

여현주씨의 일상을 더 보고 싶으시다면

>> http://www.cubbying.com/hyeonju_yeo2/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