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 중 ‘자발없는 귀신은 무랍도 못 얻어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무랍’은 ‘물밥’을 의미하는 데요, 너무 경솔하게 굴면 푸대접을 받고 마땅히 얻어먹을 것도 못 얻어먹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또한 ‘키 크면 속없고 키 작으면 자발없다’는 말도 있는데요, 키가 큰 사람은 싱겁고 키가 작은 사람은 행동이 가벼움을 이르는 말입니다.


 



두 개의 속담에서 볼 수 있듯 ‘자발없다’는 말은 ‘행동이 가볍고 참을성이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말이나 행동이 조심성 없이 가벼울 때 쓰는 ‘경솔(輕率)하다’, 말이나 행동이 경솔하여 위엄이나 신망이 없음을 뜻하는 ‘채신없다’, 경솔하여 생각 없이 망령되게 행동하다를 뜻하는 ‘경거망동(輕擧妄動)하다’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행동하다’의 ‘자발(自發)’과는 의미의 차이가 있습니다.


‘자발(自發)’은 ‘남이 시키거나 요청하지 아니하였는데도 자기 스스로 나아가 행함’, ‘자동적으로 발사되거나 발동함’을 의미하는 한자어입니다. 이에 반해 ‘자발없다’는 순 우리말로 ‘자발’에서 파생된 단어가 아니니 구분해야 합니다.


 



가만둬도 괜찮았을지 몰랐는데 원체 자발없는 작자라 지레 겁이 나서 꾀를 낸다는 것이 제 꾀에 제가 걸려들고 만 꼴이었다. [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그 작은 몸매로 좌우를 자발없이 휘둘러보고 있는 폼이 얼마쯤의 무리를 거느리고 다니는 졸장부 같았다. [김원우, 짐승의 시간]